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 - 시들한 내 삶에 선사하는 찬란하고 짜릿한 축제
손미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는 아나운서에서 여행작가, 소설가, 번역가, 팟캐스트 진행자, 그리고 이제는 '허핑턴 포스트' 편집인으로 변신한 손미나가 작년에 낸 프랑스 여행기이다. 엄밀히 말하면 여행기라기보다는 체류기 내지는 체재기라고 보는 게 맞는데, 일단은 그녀가 프랑스에 머문 기간이 자그마치 3년이나 되고('여행'이라고 하기엔 길지 않은가), 그 곳에서의 생활 또한 여행 하면 흔히 떠올리는 '일탈'보다는 '일상'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집 구하고, 이웃들과 교류하고, 간간히 서울에서 부탁받은 일도 하고, 손님도 치르는 생활은 누가 봐도 여행자의 모습이 아니지 않은가.

 


몇 년 전 짧은 결혼 생활을 마치고 피폐해진 몸과 마음으로 프랑스로 떠난 그녀는 파리에서 제목 그대로 '꽃이 되었다'. 매일 아침 에펠탑을 볼 수 있는 집에 살면서 파리와 프랑스 문화를 온몸으로 흡수했고, 이웃 주민들, 식당의 요리사와 종업원, 미용사, 프랑스어를 같이 배우는 친구들과 쉼 없이 교류하며 우정을 쌓았다. 때로는 말이 안 통해서 고달프고, 외국인에 배타적인 파리 사람들 문화에 질리기도 했지만, 기분이 바닥을 칠 때쯤이면 어김 없이 힘을 주는 사람들을 만났고 힘이 나는 일이 생겼다. 어떻게 이런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사귀는 걸까? (그것도 외국에서!) 저자의 친화력과 프랑스어 실력, 그리고 미모(^^)의 덕도 있겠지만, 남녀노소 누구를 만나도 즐겁게 대화할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든 이야깃거리를 찾아내는 능력이 가장 큰 덕이 아닌가 싶다. 이런 것만 보아도 천상 이야기꾼이다.



프랑스에서 지내는 동안 생애 처음으로 소설 쓰기에 도전하기도 했다. <스페인, 너는 자유다>에서 바르셀로나 대학원에 진학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미션을 하나 완수한 셈인데,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외국에 나가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도전할 거리를 만드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책의 중반 이후부터는 저자가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고 준비하는 과정, 본격적으로 쓰는 과정, 탈고하는 과정 등이 이어지는데, 이렇게 해서 태어난 소설이 바로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이다. 이 책을 나는 몇 년 전에 읽고 '작가 수업을 한 번도 받지 않은 사람이 이런 소설을 쓸 수도 있구나' 하고 감탄했는데, 그저 쓰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전에 많은 책을 읽고, 많이 생각하고 습작하며 '다독 다작 다상량(多讀 多作 多商量)'을 실천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시 아무런 준비와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누구에겐 이 책이 단순한 여행기이겠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손미나를 또 한번 발견했고 많은 것을 배웠다. 그녀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