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비즈니스 산책 - 인종의 용광로, 비즈니스의 용광로 비즈니스 산책 시리즈
엄성필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의 유명 여배우 요네쿠라 료코는 뮤지컬 <캣츠>의 여주인공 역을 따내기 위해 일본에서의 안정된 생활과 인기를 버리고 홀로 뉴욕으로 건너가 결국 꿈을 이뤘다. 일본의 유명 모델 마리에 역시 모델로서의 커리어와 부잣집 딸이라는 메리트를 버리고 뉴욕 파슨스에 입학해 디자이너로서의 첫 발을 내디뎠고 무사히 과정을 마쳤다. 일본 NTV <어나더 스카이>에 소개된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뉴욕이 대체 어떤 곳이길래 일본에서도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 모든 것을 버리고 갈 만큼 매력을 느끼는 것일까 궁금했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처럼, 사람이 크게 되려면 뉴욕처럼 세계적으로 큰 도시를 경험해보아야 하는 것일까.


 

왜 사람들이 뉴욕을 찾는지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뉴욕 비즈니스 산책>을 읽어 보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북미지역총괄본부장을 역임하고 있는 저자 엄성필은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30년간 대한민국 브랜드를 수출해온 전문가답게 이 책에서도 세계의 중심 뉴욕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예리하고 심도있게 분석했다. 보통 뉴욕에 대한 책(특히 여행서) 하면 문화, 예술 등 눈에 보이는 것만을 표면적으로 소개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뉴욕의 음식, 쇼핑, 여가, 패션 등 소비 산업부터 부동산, 스타트업 창업, 도시 브랜딩에 이르는 거시적인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두루두루 소개한 점이 인상적이다. 그러면서도 글의 재미와 볼거리를 놓치지 않아서, 뉴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나 비즈니스에 관심있는 사람 모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뉴욕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은 애플스토어는 10m 높이의 대형 유리박스 외관만 눈여겨 볼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는, 이른바 '전문가(specialist)'로 불리는 충성스런 판매직원들의 접객 태도에 주목해야 한다. 뉴욕의 대부분의 매장직원들은 쌀쌀맞고 퉁명스럽지만 이들은 다르다. 손님 한명 한명의 요구에 맞춰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직원 간에 경쟁하지 않고 서로 도와주기 위해 안달이다. 이런 서비스 정신과 기업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저자는 뉴욕 애플스토어에서 애플의 정신을 보고 세계 최고의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보라고 조언한다. 



패션은 또 어떤가. 흔히 세계 패션의 중심지로 뉴욕을 꼽고, 뉴욕 패션위크 기간이 되기 한참 전부터 뉴욕에 주목하지만, 실질적으로 뉴욕의 패션을 이끄는 것은 스타 디자이너도 아니요, 명품 브랜드도 아니요, 슈퍼모델도 아닌 '가먼트 디스트릭트'다. 가먼트 디스트릭트는 우리나라 동대문처럼 옷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판매하는 곳인데, 동대문과 다른 점은 판매보다 생산에 집중하며, 유명 브랜드뿐 아니라 이름없는 신예 디자이너의 작품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안나 수이, 다니엘 보소빅, 제이슨 우 같은 디자이너들이 모두 가먼트 디스트릭트에서 행운을 잡았다. 무명 디자이너가 동대문에서 성공했다는 말을 듣기 힘든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뉴욕 내 한국의 이미지와 한국 산업에 대한 인식도 소개되어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누구나 알지만 '한류', 'K-POP'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한식은 먹어본 사람이 더 많고, 일부러 찾아가서 먹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다만 한국인들이 흔히 먹는 된장찌개, 삼겹살, 낙지볶음 같은 음식이 아니라 뉴욕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음식이라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한국 사람들 대부분이 알거나 짐작했을 내용인데, 이건 어떤가? 현재 뉴욕에서 가장 핫한 닭 요리는 무엇일까? 바로 한국식 치킨이다. '본촌'과 '교촌'(한국인이 즐겨먹는 '교촌치킨'의 '교촌' 맞다), 두 한국 브랜드가 소개한 한국식 치킨은 현재 뉴욕의 2~30대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별그대' 때문에 치맥이 중국에서 인기라는데 뉴욕에서도 인기라니, 역시 한국의 '치느님'은 위대하다. 그렇다면 가장 인기있는 카페는? 바로 카페베네다. 비싼 임대료 탓에 좌석도 몇 개 없고 그나마 있는 좌석도 불편한 현지 카페와 달리, 카페베네는 넓은 공간과 많은 좌석을 제공하고, 팥빙수, 미숫가루 등 한국식 메뉴를 소개하여 뉴요커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한국에선 당연한 것이 그곳에선 특별할 수 있고, 성공 요인이 될 수 있나 보다.     


뉴욕 여행과 비즈니스 공부를 동시에 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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