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스탠퍼드대 미래인생 보고서
티나 실리그 지음, 이수경 옮김 / 엘도라도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살아오면서 내가 확실하게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세상 사람들이 두 부류로 나뉜다는 점이다. 한 부류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서도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내릴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들이고, 또 다른 부류는 타인의 허락 없이도 스스로 결정을 내려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후자는 자신의 내면에서 스스로 동기를 찾고 그에 따라 움직이지만, 전자의 사람들은 외부의 힘에 떠밀려 행동한다. (중략) 세상에는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빈 공간이 언제나 존재하며, 누군가 주워주기를 기다리는 금덩어리 같은 기회들이 항상 존재한다. 그것들은 당신이 앉아 있는 책상 너머에, 때로는 건물 밖 바로 길 건너편에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황금 같은 기회는 그것을 기꺼이 주울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의 눈에만 띄게 되어 있다. (pp.88-9)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스무살 때로 돌아가고 싶다.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즐거웠던 그 때, 꿈꾸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던 그 때, 좌충우돌 실수투성이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벙긋 웃을 만큼 마음의 여유가 있던 그 때로. 만약 그 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매 순간순간을 백 퍼센트, 아니 이백 퍼센트 즐길 것이다. 인생이란 누구에게나 가혹하고, 저마다 자신만의 지옥을 안고 산다는 걸 그 때는 몰랐다. 그것도 모르고 아주 작은 아픔에도 세상 천지에 혼자 남겨진 듯 아파했고, 짧은 외로움에도 뼛속까지 시린 것처럼 느꼈다. 그 모든 순간들을 충분히, 아주 넘치게 느꼈더라면 삼십대를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의 내 생활이 더 풍성했을 터.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불고의 진리가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도 아직 나는 젊다. 그래서 스무살 때로부터 아홉 해나 지난 지금이라도 알아두면 좋을 것이 있을까 싶어 <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읽었다. 청춘 대상 자기계발서라고 해서 뻔한 잠언들만 잔뜩 실린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예상외로 기업가 정신, 혁신, 창의성 같은 경제경영서에나 나올 법한 단어들이 자주 눈에 띄어 놀랐다. 알고보니 저자 티나 실리그는 'd스쿨'로 유명한 스탠퍼드 대학교 디자인 학교와 경영과학 학부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학자였다. 지난 달에 'd스쿨'의 대표 데이비드, 톰 켈리 형제가 쓴 <유쾌한 크리에이티브>를 읽었는데 이렇게 연결이 되다니 신기했다.  

 

 

저자는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 보석이 숨어있고, 사방에 성공으로 가는 길이 널려 있지만, 젊은이들 대다수는 주변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고 사회적 기준을 따르는 데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한다. 저자 역시 젊은 시절엔 부모님의 바람대로 명문대에 진학해 안정된 직장을 잡으려고 노력했지만, 모든 것을 버리고 캘리포니아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생활을 하고나서야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았다. 누구에게 잘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나 자신이 즐겁자고 하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얼마 없다. 고작해야 책 읽기와 글쓰기, 이 정도가 아닐까. 길을 벗어나야 길이 보인다는 저자의 조언에 따르면 지금 내가 오직 나 좋자고 하는 이 두 가지 일이야말로 내 인생의 업일지 모른다. 이걸 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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