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추구 1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참 신기하다. 읽기 전에는 '이전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 별 것 있겠어?' 싶고, 막상 읽어봐도 뻔한데, 도무지 그만 읽을 수가 없다. <빅 픽처>, <위험한 관계>, <리빙 더 월드>에 이어 읽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2012년 작 <행복의 추구>도 마찬가지다.


이야기의 무대는 미국의 장례식장. 이혼 후 혼자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케이트라는 여성이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고 있다. 이튿날, 그녀의 앞에 새러라는 이름의 노부인이 찾아와 부모님의 오랜 친구이며 오랫동안 그녀를 지켜봐왔다고 말한다. 이 노부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노부인과 케이트의 부모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새러의 이야기는 케이트를 제2차 세계대전이 막 끝나고 매카시즘 광풍이 불기 직전의 혼란스런 미국 동부로 데려놓는다.

 
전형적인 액자식 구성을 택한 이 소설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다른 소설들과 비슷한 듯 다르다. 독신 여성이 원나잇 스탠드로 인해 원치 않는 결혼을 하고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다가 힘들게 이혼을 하고 삶을 되찾는다는 줄거리는 <위험한 관계>와 비슷하고, 역시 똑똑한 독신 여성이 유부남과 사랑을 하다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고 다른 나라에서 생활하다가 극적으로 돌아온다는 줄거리는 <리빙 더 월드>와 흡사하다. 한 여자가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결혼을 하고, 결혼생활이 불행해지다가 파경을 맞는다는 이야기는 더글라스 케네디 소설 외에도 수많이 변주 되었지만, 이만큼 줄거리가 비슷비슷하고, 거기에 중산층의 몰락, 금지된 사랑, 파산 또는 돈벼락, 변호사의 도움 같은 똑같은 코드가 계속 등장한다는 점은 자기복제 같은 감이 없지 않다. 뭐 또 그게 그의 팬들이 그의 작품을 계속 찾게 만드는 매력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제까지 읽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들 중 이 소설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읽은 케네디의 소설들은 대부분 현대 중산층의 생활을 그린 무난한 것들이었는데 반해, 이 작품은 배경도 과거인 데다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어지러운 상황과 홀로코스트, 매카시즘 광풍 같은 시대적인 요소들을 곳곳에 잘 배치했다. 특히 새러의 운명의 남자 잭이 그녀와 결별할 때 한 말이 두 사람의 첫만남을 넘어 홀로코스트 문제로 연결되는 대목에서는 섬뜩하기까지 했다. 어쩌면 더글라스 케네디는 그저 대중 작가로 치부하기엔 아까운, 훨씬 역량있는 작가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저자는 매 소설에서 성공 또는 행복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르며, 실패나 불행의 뒷면에는 예상밖의 행운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행복의 추구>야말로 그의 생각 내지는 가치관이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내가 이래서 더글라스 케네디를 막장이라고 욕하면서도 계속 읽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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