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의 인생 매혹의 요리사 - 파격과 야성의 요리사 열전
후안 모레노 지음, 미르코 탈리에르초 사진, 장혜경 옮김, 박찬일 감수 / 반비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요리사 하면 새하얀 복장에 천장에 닿을 듯 높다란 모자를 쓰고 오성급 호텔 레스토랑을 전두지휘하는 우아한 모습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으리라. 외국방송 좀 본다 하는 사람이라면 '헬스 키친'의 고든 램지처럼 한 번 입을 열 때마다 욕을 바가지로 쏟아내는 거친 모습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공통점은 있다. 요리의, 요리에 의한, 요리를 위한 삶을 사는 철저한 요리인이라는 점.


삶의 모습은 좀 달라도 독일 저널리스트 후안 모레노가 쓴 <날 것의 인생 매혹의 요리사>에 소개된 열일곱 명의 요리사들도 마찬가지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레스토랑 '라오스'의 셰프 프랭크 팰레그리노는 부나 명예보다도 요리가 우선이다. 심지어는 단골손님만 받는 정책 탓에 세계적인 가수 마돈나는 물론 전직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도 자리를 못 받았다고. 한때는 악명 높은 이탈리아 마피아 갱단의 만남의 장소이기도 했다는 이 레스토랑의 요리를 먹으려면 적어도 현직 미국 대통령이나 교황 정도는 되야겠다.


50만 명을 학살한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의 전속 요리사였던 오톤데 오데라는 어떨까. 인육을 먹는다는 소문이 돌만큼 무시무시한 독재자가 그에겐 그저 하루 세끼 요리를 대접하는 손님에 불과했다는데, 이는 이디 아민의 보호 아래 최고의 부와 명예를 누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요리사로서의 직업 정신 내지는 자부심같은 것일까. 어찌됐든 '괴물이 먹을 음식을 요리하기란 어땠나?', '왜 그를 암살하지 않았나?' 같은 질문에 쉬이 대답할 수 없음이 그가 평생 치를 죗값이라면 죗값일 테다.


이밖에도 시위 현장마다 따라다니며 보급할 요리를 만드는 독일 요리사, 알프스 두메산골 게스트 하우스에서 평생 요리를 했지만 정작 사랑하는 남편, 자식을 위해서는 요리를 할 수 없었던 스위스 할머니, 밖에서는 약 중독자, 감옥에서는 요리 중독자로 사는 요리사, 200명의 사형수에게 마지막 식사를 만들어준 미국 요리사까지, 맛있는 요리 저편에 가려져 있던 세계 곳곳의 요리사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있다. 보너스로 그들의 대표 메뉴 레시피까지 ^^


날 것의 재료를 맛있는 요리로 만드는 재주는 그저 요리학교나 선배 요리사에게 배운 기술만으로 생겨난 것은 아닐 것이다. 거기에 음식에 대한 애정과 먹는 사람에 대한 배려, 나아가 먹음으로써 이어지는 인생에 대한 존경심과 경외감이 그들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최고의 셰프로 만든 것이 아닐까. 마피아, 마약보다도 독한 이들 요리사들의 인생 이야기가 의외로 따뜻하고 감동적이었던 건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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