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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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달려라 아비>에 이어 세 번째로 읽은 김애란의 책이다. 소설집으로는 <달려라 아비>에 이어 두번째로 읽은 건데, 생각한 것보다 임팩트가 약했다. 아무래도 <달려라 아비>를 좋게 읽었는데, 2년 간격으로 나온 <침이 고인다>와 <달려라 아비>의 색채가 비슷한 탓이 아닌가 싶다(아니면 무딘 내 눈엔 그 차이가 보이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달려라 아비>를 읽으면서도 느낀 거지만, 김애란의 소설은 가족에 대한 묘사가 돋보인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한결같이 어린 나이에 결혼해 생활고에 시달리는데, 정은 깊지만 무능력한 아버지를 대신해 억척스럽게 일하는 어머니에 대한 묘사가 유난히 생생하다. 또한 여자 형제(주로 언니)에 대한 묘사도 굉장히 자세하다. 저자의 성장 배경 내지는 가족관계가 반영된 게 아닌가 싶은데, 나 역시 정깊고 억척스런 부모님 밑에 여동생과 단 둘이 자란 처지라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그렇다고 마냥 정겹고 밝은 것만은 아니다. 소설집 끝부분에서 평론가 이광호 님도 지적했듯이, 김애란의 소설에는 '방'이라는 모티프가 자주 등장한다. 그것도 서울에 갓 상경한 자매가 생활하는 비좁은 반지하 방, 비정규직 강사가 룸메이트와 함께 쓰는 방, 다 큰 오빠와 여동생이 같이 머무는 셋방, 재수생 여자애가 고시생 언니들과 함께 쓰는 고시원 방,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싸늘하게 식은 방 등 가난하고 삭막한 공간들 뿐이다. 국제도시 서울에 이런 곳들이 있다는 사실을 애써 잊으며 사는 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먼 나라의 작가가 쓴 미스터리 소설이나, 국경을 넘나드는 장편소설에 지겨운 이들에게, 한편 한편이 슬프고 아픈데도 묘하게 사랑스러운 이 소설집을,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내 살처럼 가까운 이 소설집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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