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라는 여자 + 아빠라는 남자 세트 - 전2권
마스다 미리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어느덧 어머니가 결혼한 나이를 지나 둘째 딸인 동생을 낳은 나이가 되었다. 출산은커녕 결혼 생각도 요원하기만 한 나로서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스물일곱, 스물아홉이면 아직도 젊고 어리다면 어린데, 그런 나이에 결혼할 생각을 하고 아이까지 낳다니. 아니, 내가 너무 어린 건가?
우리나라에는 '여성 공감 만화' 시리즈로 유명한 마스다 미리의 <아빠라는 남자>, <엄마라는 여자>를 읽었다. 저자의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저자는 1969년생, 나는 1986년생으로 나이차도 있고, 국적도 사는 곳도 다른데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자식 공감 만화'인 셈.
정년퇴직 후 요리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 아빠.
"아,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
그리고 가만히 있으면 좋을텐데
엄마에게 미주알고주알 조리 상식을 읊어 댄다.
"시금치를 데칠 때는 소금을 넣으면 좋다는군."
"그것도 모르는 주부가 어딨어요!" (p.40)
저자의 아버지는 건축 일을 하시다가 정년퇴직 후 집에 계신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자기 전에 읽고, 밭에서 기른 채소를 맛있게 먹고, 그라운드 골프를 하고, 스스로 점심 만들어 먹는 게 삶의 낙이시라고. 성격이 급해서 화도 잘 내고 좋고 싫음이 분명해서 가족들이 눈치 보게 만드는 일도 많지만, 그마저도 나이를 드시면서 줄어들어 저자의 마음이 짠하다고 한다. 우리 아버지는 저자의 아버지와 달리 성격이 느긋하고 자기 표현을 잘 하는 편이 아니지만,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어머니에게 에둘러 전하고, 애정 표현이 서툰 점은 똑같다. 세상 모든 아버지가 이럴까? 아니면 딸 가진 아버지들만? 저자의 말대로 '다가가면 갈수록 어려운', 하지만 한평생 묵묵히 나의 그늘이 되어준 든든한 남자인 점은 분명하다.
언제나 그렇듯 고향 집은 이웃들이 만든 소품으로 가득하다.
남편도, 아이도, 애완동물도 없는 나에 비해
엄마는 왕래할 친구도 많고 돌볼 사람도 많다.
엄마에 비해 내 인생은 너무 가벼운 게 아닌지 가끔 두렵다. (p.53)
아버지와 딸보다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가 더 가까운 탓일까. <아빠라는 남자>보다는 <엄마라는 여자>의 에피소드가 훨씬 깊고 진하다. 고양이 무늬라면 사족을 못쓰고, 노래방 선곡 수첩을 따로 만들 만큼 엉뚱한 면도 있지만, 여행지에 손톱깎이를 챙겨갈 만큼 알뜰하고 웃음 많고 사교성 좋은 저자의 어머니를 보고 있자니 자연히 우리 어머니가 떠올랐다. 우리 어머니도 저자의 어머니 못지 않게 밝고 사교적인 분이다. 아버지를 닮아 웃음도 많지 않고 말수도 적은 나는 어릴 때부터 엄마의 밝고 명랑한 모습이 참 부러웠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 저자처럼 나도 어머니의 밝은 모습 뒤에 감춰진 아픔과 슬픔을 아주 조금 알게 되었고, 그걸 알게 되면서부터는 엄마의 밝은 모습이 마냥 즐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랑하고 실연하기를 거듭할수록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고 맹목적으로 나를 바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아픈 일인지를 알게 된다. 그런 일을 자식을 낳았다는 이유로 해야 하는 부모라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물론 못하는 부모들도 많다). 엄마라는 여자는, 아빠라는 여자는 내 나이 때 어떤 꿈을 꾸었을까,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을까. 자식으로서 감히 궁금해하지도, 차마 물을 수도 없는 질문들을 품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