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와 구글에서 내가 배운 것
이시즈미 토모에 지음, 이부형 옮김 / 인사이트앤뷰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활발하게 블로그를 운영하는 고등학생, 대학생 블로거들을 볼 때마다 나도 학교 수업이나 대외활동 경험, 아르바이트 정보 등을 기록으로 남겨둘 걸 그랬다 싶다. 어떤 수업이 좋았는지, 어떤 대외활동에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어떤 요령이 필요한지 등을 기록해두었다면 나도 나중에 그걸 보고 과거를 회상할 수 있어서 좋고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줄 수 있어서 좋았을텐데, 그 기회를 놓친 게 너무나도 아쉽다.


이런 생각은 <하버드와 구글에서 내가 배운 것>을 읽으며 더욱 강해졌다. 저자 이시즈미 토모에는 고등학생이던 열여섯살 때 혼자 미국으로 유학, 오바마 대통령의 모교인 옥시텐탈 칼리지 졸업 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진학해 MBA를 취득했다. 그 후에는 구글 본사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실리콘밸리에 미국 고용시장의 문제 해결을 위한 사이트 JobArrive를 창업하여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 책은 저자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과 구글에서 배운 것을 담은 일종의 '졸업 후기', '퇴사 후기'다. 재학 당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교육 환경과 수업 분위기 등은 어땠는지, 재직 당시 구글의 업무 환경과 회사 분위기 등은 어땠는지 등이 진솔하게 쓰여 있어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진학과 구글 취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이곳은 진지한 사람들을 위한 진지한 장소다" (p.17)


먼저 저자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대해 "'인생을 좋으면서도 행복한 것'으로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을 가르쳐 준" 곳이라고 회상한다. (p.9)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은 수업 방식부터 한국, 일본과는 다르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교수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수업이 대부분인데 반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학생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토론식 수업이 전부다. '교수는 거들 뿐'이라고나 할까? 이런 방식의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정해진 답'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자기만의 정답을 찾아 인생을 움직여가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뿐만 아니라 타인을 이기는 공부가 아닌, 타인에게 맡기는 능력을 배우는 공부를 한다. 우리나라 대학에서도 이제는 소위 '팀플'이라고 불리는 팀 과제가 많지만,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수업과 과제 모두 개인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타인과 협력해서 해야 하는 것이 많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남에게 맡기는 방법, 여러 사람과 조화롭게 일하는 방법을 배운다. 등수, 서열, 경쟁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교육과는 사뭇 먼 모습이다.


학생들의 성향과 분위기 또한 다르다. 세계 최고의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인 만큼 경쟁심이 강하고 남을 이기고 지배하는 것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 '자신이 상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취지향형 인간이 더 많다고 한다. 실패를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내면의 소리를 따르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하버드 출신 중에 남의 밑에서 일하는 직장인, 회사원보다 사업가, 경영자가 많은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일을 즐기지 않으면 평가받지 못한다" (p.217)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졸업 후 100여 개 회사에 구직활동을 한 끝에 구글 본사 취업에 성공한 저자에게 구글에서의 생활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먼저 구글에서 저자는 "몰라요!"라고 말해도 부끄럽거나 창피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구글은 '사용자의 편의성'을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직원 모두가 사용자의 마음이 되어 사용자가 뭘 필요로 하는지, 뭘 모르는지, 뭘 어려워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있으면 숨기거나 아는 척 하지 말고 당당하게 밝히는 것이 스스로를 위해서도, 회사를 위해서도 좋다.
  

공과 사를 구별할 필요 또한 없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직원은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것은 물론, 공을 위해서는 사를 버리는 것도 개의치 말 것을 강요받는다. 구글에서는 다르다. 자신의 사적인 모습과 생활을 가감없이 밝혀도 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오히려 장려된다. 회사에서 여직원들끼리 집안일 이야기를 해도 안좋게 보는 사람 하나 없다. 이 점은 참 미국적이다.


올바른 선택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일단 한 번 해볼 것을 권유하는 분위기도 좋았다. 해 본 적 없다, 전공이 아니다, 잘 모른다는 이유로 거절하거나 기피하면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저자는 구글에서 낯선 분야에 도전해 보기도 하고, 스스로 스터디를 조직하기도 하면서 새롭게 시도하는 재미를 배웠다. 도전을 장려하는 분위기야말로 구글이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된 비결이 아닐까 싶다.
 

"자기가 성취하지 않으면 자신의 파이도 사회의 파이도 커지지 않습니다." (p.157)


저자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했다고 해서, 구글 출신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이런 가르침과 배움을 실천하면서 사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지와 능력이며, 그것을 갖춘 사람이 하버드에서 교육을 받고 구글에서 일하는 기회를 얻었을 때 비로소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충고한다. 만약 나라면 하버드의 토론식 수업과 구글의 자유로운 업무 환경을 견뎌낼 수 있을까? 대답이 No라면 명문대라고, 유명 기업이라고 우러러보기 전에 자기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일하며, 어떻게 자기계발을 하는지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