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한동안 <아프니까 청춘이다> 류의 말랑말랑한 청춘 멘토서가 인기를 끌더니, 최근에는 이른바 '돌직구' 스타일의 직설적인 책들이 인기다.  다들 삶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아니면 좀 더 근본적인 처방을 원하는 것일까? 


마루야마 겐지의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는 전자이며 후자이기도 하다.  1966년 <여름의 흐름>으로 최연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그는 일흔인 지금도 나가노의 시골에서 속세와 동떨어진 생활을 하며 꼬장꼬장하게 살고 있다.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겠지만, 이 책 에는 그의 독한 인생관이 가득 묻어난다.  '인생이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인간을 구속하고 억압하는 요인으로 크게 가족, 국가, 직장, 종교, 연애 이렇게 다섯 가지를 든다.


먼저 저자는 부모에 대해 "그저 낳았을 뿐인데, 자식을 소유물로 간주한다. 자신을 위해 존재하고, 또 자신을 위해 이것저것 보살피는 편리한 가정부라 착각한다. 이 때문에 학교며 직장이며 결혼 상대며,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이 자신이 깔아 놓은 레일 위를 달려야 마땅하다고 믿는 것이다. 이렇게 진저리가 나도록 뻔뻔한 부모는 아무리 타당한 논리를 내세워도 통하지 않는다." (pp.34-5) 라고 매몰차게 잘라 말한다.  부모를 하늘처럼 떠받들고 모시라고 가르치는 우리네 유교문화와 다르다.  하지만 유교라는 것이 무엇인가.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임금과 신하, 이렇게 상하를 구분하여 지배질서를 만들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그의 말대로  부모의 사랑에 거짓이 없다고 믿으며 부모 품에 머무르려고 하는 자식에게 미래는 없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 어떤 국가도 실은 국민의 것이 아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정부가 하는 일에 한 치 오차가 없다고 믿을 수 없다.  직장도 똑같다. "남에게 고용되는 처지를 선택하는 것은 자유의 9할을 스스로 방기하는 일이다. 인생 전부를 남의 손에 빼앗기는 것이다. 쥐꼬리만 한 월급과 상여금과 퇴직금을 빌미로 지시에 따르기만 해야 하는 인형 취급을 당하고, 퇴직 후 제2의 인생이라는 거짓으로 점철된 무지갯빛 꿈을 꾸는 동안에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철저하게 무시된다." (p.47) 고용주 또는 주주의 이익에 봉사하는 직장이 평생 자신의 행복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믿는다면 큰 착각이다.  종교와 연애도 판타지다. 


읽다보니 이런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사는 데 의미나 목적 따위란 없으며, 만약 그런 것들이 있다면 인간은 "그 의미와 목적의 노예가 되어 오히려 그것들을 잃고 말 것"이라고 단언한다. "의미도 목적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즉, 스스로 찾을 수 있다는 의지의 자유로움이 존중된다는 뜻이며, 의지의 세계에는 정해진 것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p.185) 즉, 자유롭게,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멋대로' 살아도 된다. 하아, 그런데 그 '멋대로' 산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멋대로 산다는 건 뭘까? 정말 그래도 될까? 이 지독한 자기 검열! 저자는 이런 나에게 엿이나 먹으라고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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