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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유머의 신화와 웃음의 근원을 찾는 이야기라고 하면 훨씬 전에 중세 이탈리아 수도원의 비밀을 파헤치는 움베르토 에코의 추리 소설 <장미의 이름>이 있었다. 두 소설은 다른 듯 하면서 비슷한 점이 많다. <장미의 이름>이 중세 이탈리아 수도원이 배경인 반면 <웃음>은 현대 프랑스 파리가 배경인 점, <장미의 이름>은 수도사 윌리엄이 주인공인데 반해 <웃음>은 뤼크레스와 이지도르 두 남녀가 힘을 합치며 러브 스토리가 가미되었다는 점은 다르다. 살인 사건의 범인과 배후를 추리해가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 사건의 배후에 종교 또는 유사 종교 집단이 있다는 점, 궁극적으로 웃음에 대한 사회적 금기와 그것을 넘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그렸다는 점은 비슷하다.
<장미의 이름>과 구별되는 <웃음>의 장점은 허구와 상상이라는 가면을 쓰고 현실을 조롱한다는 점이다. 다 리우스는 정치인과 재계 명사 등 수많은 인물들을 조롱하고 풍자하며 명성을 얻었지만, 그 역시 자신의 인기와 권력을 이용해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그들의 것을 빼앗았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었다. 다리우스만 욕할 수는 없다. 다리우스를 스타로 만든 건 뭐니뭐니해도 그의 유머에 깔깔대며 웃고 아낌없이 박수갈채를 보내준 대중들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 대중들은, 실상 울음보다 웃음을 더 좋아하면서도, 희극보다는 비극을 선호하고 코미디언보다는 배우들을 선망하며 웃음을 기만한다. 그런 대중들의 어리석음을 일찌감치 간파한 다리우스는 어릿광대인 척 하면서 실은 그들의 머리 꼭대기 위에서 놀았다. 속고 속이고, 깔보고 깔봄을 당하는 이 꼬리 밟기 같은 현실은 허구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현실에 가깝다.
웃음의 근원을 파헤치던 뤼크레스와 이지도르 역시 다리우스의 어두운 뒷면과 웃음에 대한 사람들의 이중 잣대를 알고 실망한다. 하지만 그들은 여러 번 죽음의 위기를 넘기는 노력 끝에 비웃음이나 실소가 아닌 진짜 웃음을 얻는다. 웃음이 별건가.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것을 보고 공감하면 얼굴에 피어나는 것이 웃음인 것을. 그 간단한 진리를 알기 위해 참 멀고도 먼 길을 돌았건만, 그 과정이 그리 멀지도 지루하지도 않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