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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베이커리 1 ㅣ 한밤중의 베이커리 1
오누마 노리코 지음, 김윤수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낮과 밤, 도시의 풍경은 퍽 다르다. 밤이 되면 낮에 활기차게 움직이던 사람들도 쉴 곳을 찾고, 그들을 맞이하던 가게들도 문을 닫고 내일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텅 빈 밤 풍경은 취객들의 퀴퀴한 냄새와 야릇한 색상의 불빛이 채우는 것이 보통인데, 도쿄도 세타가야구의 어느 골목은 조금 다르다. 훈남 오너 쿠레바야시와 꽃미남 제빵사 히로키, 이렇게 두 남자가 저녁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만 영업하는 한밤중의 베이커리, '블랑제리 쿠레바야시'가 있기 때문이다.
오누마 레이코의 <한밤중의 베이커리>는 몇 달 전에 본 타키자와 히데아키 주연 드라마의 동명 원작 소설이다. 드라마를 하도 재미있게 봐서 원작 소설을 찾아본 것인데 소설 역시 재미있었다. 이야기는 블랑제리 쿠레바야시에 어느 날 자신이 쿠레바야시의 부인 미와코의 이복여동생이라고 주장하는 여고생 노조미가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문제는 미와코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 게다가 미와코의 아버지는 이십년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여고생인 노조미가 이복동생일 수 없다는 것도 세 사람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쿠레바야시는 특유의 넉넉한 인심으로 흔쾌히 그녀를 받아들인다. 뒤따르는 고다마, 소피아, 마타라메 등 단골손님들의 파란만장한 삶까지도.
생판 남인 노조미를 식구로 받아들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블랑제리 쿠레바야시의 오너 쿠레바야시는 인심이 좋다. 노조미를 괴롭히는 학교 친구에게도 상냥하고, 돈을 내지 않고 빵을 집어먹는 고다마에게도 화내지 않는다. 여장 남자 소피아, 남의 집을 엿보는 것이 취미인 마타라메처럼 세상의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친절하다. 오너인 그의 인품 덕분인지 블랑제리 쿠레바야시는 한밤중에 영업을 하는데도 장사가 잘 된다. 그야 빵 맛이 좋고 오너와 제빵사 둘 다 잘생겼다는 이유도 있지만, 인적 드문 밤에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외로운 그들을 위로하고, 각박한 세상을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빵집은 이곳뿐이기 때문이다.
원작 소설이기는 하지만 드라마와 다른 부분이 많다. 일단 소설에서는 드라마에 비해 노조미의 비중이 적다. 노조미가 어머니와 재회하는 부분은 아예 나오지도 않는다. 드라마에서 착하게 그려진 인물이나 해피엔딩으로 처리된 부분이 소설에서든 다르게 그려지기도 한다. 등장인물들의 과거가 자세하게 나온다는 점은 소설만의 장점이다. 드라마에서는 미와코가 단순히 빵을 좋아하고 잘 만드는 여자로만 그려진 데 반해 소설에는 그녀의 대학 시절과 졸업 이후의 생활, 쿠레바야시와 연애를 하고 결혼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비교적 자세히 나온다. 쿠레바야시 역시 과거에 해외근무 중인 엘리트 직장인이었던 것이 아니라,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한 뒤 유엔 등 국제기구 등에서 활동한 것으로 나온다. 소설의 내용이 드라마보다 더 자세하기 때문에 드라마를 보고나서 소설을 읽는다면 더 큰 감동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