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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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시리즈'를 다 읽고 적적하던 차에 언젠가 라디오를 통해 알게 된 책 한 권이 떠올랐다. 노르웨이 소설로는 드물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스노우 맨>이라는 제목의 미스터리물로, 순수한 동심의 상징인 눈사람이 잔혹한 연쇄살인 사건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바로 구입해 읽기 시작했다.

 

 

저자 요 네스뵈는 1960년 생으로 노르웨이의 국민 작가이자 인기 뮤지션, 저널리스트, 경제학자 등으로 활약하고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서른일곱 살에 첫 소설이자 '해리 홀레 시리즈'의 첫 작품인 <배트맨>을 쓴 그는 '밀레니엄 시리즈'의 작가 스티그 라르손이 받은 바 있는 북유럽 최고의 문학상 '유리 열쇠상'을 받았다. <스노우 맨>은 '해리 홀레 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으로, 전 세계 40여 개 국에 번역 출간되었고 거의 모든 언어권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바 있다.

 

 

이야기는 '완만하게 펼쳐진 시골 풍경 위로 11월의 눈이 오리털 이불처럼 내려앉아 있'는 광경에서 시작된다. 한 여성이 어린 아들을 뒷좌석에 태우고 운전을 하다가 어느 집 앞에 차를 세운 다음 금방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홀로 내렸다. 40분이나 지나서야 돌아온 그녀는 아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자 아들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눈사람을 봤다고 대답했다. 그로부터 이십여 년 후, 오슬로 경찰청의 형사 해리 홀레는 여러 명의 여성들이 줄지어 실종되는 사건을 맡게 된다. 얼마 후 그의 앞에 도착한 한 통의 편지. 발신인은 다름아닌 눈사람이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밀레니엄 시리즈', 그리고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밀레니엄 시리즈'와 비교해 보면, 두 작품 모두 작가가 북유럽(스티그 라르손은 스웨덴, 요 네스뵈는 노르웨이) 출신의 남성 작가이고, 주인공 역시 남성이다. 차이점이라면 '밀레니엄'의 주인공은 미카엘을 외모면 외모, 지성이면 지성 부족할 것이 없는 미남 저널리스트인 반면, 해리 홀레는 볼품 없는 외모의 알콜중독 증세가 있는 형사라는 점 정도. 하지만 둘 다 치명적인(?) 매력으로 이성에게 인기가 많은 점은 같다. 잘생기든 못생기든 (작가의 페르소나인 주인공이) 이성에게 인기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똑같나 보다. '밀레니엄'에는 미카엘 말고도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여인 리즈베트 살란데르가 등장한다는 점도 다르다.

 

 

'타우누스 시리즈'와는 비슷한 점이 더 많다. 두 소설 모두 주인공이 형사이고, 경찰청이 배경이며, 시리즈의 구성과 진행이 흡사하다. 차이점은 '타우누스 시리즈'에서는 남자 형사인 보덴하우스와 여자 형사인 피아가 팀을 이뤄 활동하는 반면, <스노우 맨>은 해리 홀레 단 한 사람뿐이라는 점이다(물론 보조를 이루는 여형사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함께 활동하지는 않는다). 넬레 노이하우스는 여자, 요 네스뵈는 남자 작가라는 사실이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비슷한 장르의 작품들 속에서 <스노우 맨>이 가지는 강점은 문학성이다. '밀레니엄 시리즈'는 줄거리가 탄탄하나 문학성 면에서 다소 떨어지고, '타우누스 시리즈'는 시의성 있는 소재를 다루고 시리즈물로서의 매력을 갖춘 데 반해 문장의 아름다움은 덜하다. 반면 <스노우 맨>은 미스터리 소설로서 플롯이 탄탄하다, 소재가 참신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문장이 아름답고 인물의 심리와 장면의 묘사가 섬세하다. 특히 해리 홀레가 형사물 주인공으로서는 드물게 마냥 정의롭고 선하지만은 않은, 입체적이고 안티-히어로적인 인물이라는 점이 작품의 재미를 배가했다. 그러한 어둡고도 침침한 설정이, 저 먼 노르웨이의 설경과 눈사람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만나 기이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아무래도 '해리 홀레 시리즈'에 푹 빠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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