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와 노르웨이 숲을 걷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하드보일드 라이프 스토리
임경선 지음 / 뜨인돌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좋아하는 저자의, 그것도 저자와 내가 공통으로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글을 읽는 건 참으로 귀하면서도 특별한 경험이다. 임경선이 쓴 무라카미 하루키 평전 <하루키와 노르웨이 숲을 걷다>가 나에게는 바로 그런 책이다. 그야 무라카미 하루키는 노벨문학상 후보로 매년 거론될 만큼 명성이 높고, 우리나라에서도 대중들은 물론 심지어는 (콧대가 높기로 유명한) 작가들마저도 하루키 팬임을 '커밍아웃'하는 실정이다보니 드문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하지만 임경선만큼 하루키에 대한 '팬심' 내지는 '덕후심'이 넘치는 작가를 나는 아직까지 본 일이 없다. 잘 모른다면 몇 달 전에 공개된 민음사 팟캐스트 <하루키 라디오>를 들어보시길. 하루키의 광팬임을 자처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녀는 존재감을 빛냈다.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팬이라면 누구나 떠들 수 있는 평범한 정보와 소설에 대한 감상으로 일관한 반면, 임경선은 절판 또는 국내 미출간 등의 이유로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은 책들에 대한 정보, 하루키의 지인들을 수소문하여 얻은 'A급 정보', '욘사마'의 흔적을 찾아 한국에 오는 일본 아줌마들처럼 하루키의 고향을 비롯하여 그의 발길이 닿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에 직접 들렀던 경험까지 '깨알같이' 소개해주었다. 하루키 책에서 좋아하는 대목이라며 유유히 원서를 낭독하던 그녀의 자태란! (팟캐스트라서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책에 대한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면, 최근에 하루키에 대해 쓴 다른 작가의 평전 비스무리한 책을 읽었지만 이 책은 작가의 애정과 정보 면에서 수준이 확연히 다르다. 책 자체는 두껍지 않지만 하루키의 성장기와 작가로서 데뷔하고 성공하기까지의 이력, 문학관, 라이프스타일 등 중요한 내용들이 알차게 담겨 있다. 가정 환경과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읽는 것이 많았고, 데뷔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일본 문단과 출판계에 대한 불신감, 외국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받은 영향 등은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던 내용이라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았다. 

 

 

하루키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는 하루 몇 시간씩 운동하는 시간으로 떼어놓고, 마라톤으로도 모자라 트라이애슬론에도 도전할만큼 운동에 열심인 것으로 유명하다. 전에는 그저 건강 때문에 운동에 열심인 줄 알았는데, 저자의 해석은 다르다. "운동이 가져다준 몸의 긍정적인 변화는 작가로서의 삶도 놀라울 정도로 바꿔 놓았다. ... 덕분에 문장의 호흡도 길어지고 문체에는 힘이 붙게 되었다. ...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경우 호흡이 딱딱 끊어질 만큼 짧고 가파랐다면 <태엽감는 새>의 호흡은 훨씬 길어지고 깊어졌다." (pp.172-3) 작가의 체력이 작품에도 영향을 준다니!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체력에도 신경을 써야겠다. 



그는 일상생활도 금욕적이다 싶을 만큼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는 TV도 안 보고 빨리 자고 빨리 일어납니다. 운동도 하고 되도록이면 바람도 안 피죠. 이런 건 결국 형식일 뿐이지만 이 형식이야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p.178) 하루키가 소설에서 흔히 그러듯 마지막 문장의 글자마다 점을 찍고 싶은 기분이다. 작가의 체력이 작품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이런 스토익한 생활 역시 하루키의 작품을 그토록 담백하면서도 짜임새있게 만들어주는 게 아닌가 싶다. 2007년에 나온 책이니 그 후 6년 동안 업데이트된 정보로 개정판 또는 후속판을 내실 생각은 없으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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