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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교양을 읽는다 - 인문고전 읽기의 첫걸음
오가와 히토시 지음, 홍지영 옮김 / 북로드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팟캐스트로 철학박사 강신주 선생님의 <다상담> 강연을 들었다. 상담이라고 하면 이제까지는 심리학자 또는 정신분석 전문가가 하는, 지극히 과학적인 상담만 생각했는데, 과학이 아닌 인문학을 공부한 철학자도 대중들의 일상적인 고민을 상담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의심이 되기도 하여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다. 그런데 들어보니 김수영 시인의 시라든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같은 문학 작품에서 인간의 가장 적나라한 심리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인생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묘하게 납득이 되고, 상담 내용도 의외로 귀에 쏙쏙 들어와서 한가할 때는 하루에 몇 편씩 내리 듣기도 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고, 취업이나 연애, 결혼 같은 일상적인 고민도 철학이라는 관점에서 보니 다시 보였다. 그저 어렵고 난해하게만 느껴졌던 철학이라는 학문이 이다지도 일상 생활에 가깝고 고민도 해결해주는 학문이었을 줄이야! 새삼 철학이 달리 보였다.
오가와 히토시 역시 철학으로 일상적인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대중 친화적인 일본의 철학자다. 그는 교토대 법학부 출신의 엘리트이면서도 종합상사 직원, 아르바이트, 시청 직원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한 경력이 있는데, 현재는 도쿠야마 공업고등전문학교 준교수로 재직하면서 상점가에서 '철학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나는 전작 <인생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서평 http://blog.naver.com/minorstars/100176441956)를 읽은 적이 있는데, 제목 그대로 연애, 결혼, 인간관계 등 일상적이면서도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겪는 인생의 고민들에 대해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데카르트 등 유명한 철학자들의 격언과 이론을 빌려 해답을 제시하는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강신주 선생님의 강연처럼 일상적인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주는 정도는 아니지만, 일상과 철학을 연결하고, 철학으로서 인생의 고민을 해결하려는 시도만큼은 좋았다.
오가와 히토시의 신간 <철학의 교양을 읽는다>는 플라톤이 쓴 <소크라테스의 변명>부터 파스칼의 <팡세>,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 등 철학사의 고전 48편을 책의 내용과 구성, 저자의 생애와 집필 동기, 배경, 당대 또는 후세에 미친 영향 등을 중심으로 요약하여 소개한 철학 개론서다. 철학 개론서라고 하면 보통 시대순이나 학파, 지역별로 구성한 것이 많은데, 이 책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철학',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철학', '나를 발견하기 위한 철학', '올바른 판단을 위한 철학',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철학', '인간 사회의 발전을 생각하기 위한 철학'으로 저자 나름의 분류 체계를 만든 점이 특징이다. 개론서이기는 하지만 (난해하기로 유명한) 철학 분야의 책이다보니 내용이 다소 어렵기는 하다. 전작 <인생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처럼 일상적인 고민을 철학적으로 해결해주는 대중 친화적인 내용이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철학에 관심이 있지만 막상 배우자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려운 데다가 두껍기까지 한 철학 고전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하는 철학 초보, 초심자들에게는 유용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