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을 발로 찬 소녀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스티그 라르손이 열다섯 살 때 윤간 현장을 목격했다는 사실은 3부를 다 읽고 아쉬운 마음에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위키피디아에서 알아낸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나니 작품이 새롭게 보인다. 안 그래도 남성인 작가가 여성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게 단순히 저널리스트적인 열정 때문인지, 문학인 장치인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원래 반파시즘 성향이 강한데 남성우월주의도 파시즘의 하나로 보고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였다니, 그것도 열다섯 살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끔찍한 사건이 이유였다니 마음이 아프다.


위키피디아에는 그 밖에도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몇 가지 더 있었다. 스티그 라르손이 밀레니엄 3부작을 막 완성했을 때, 기자로서는 경력이 길지만 작가로서는 무명이다보니 책을 내줄 출판사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하도 부정적인 의견을 많이 들어서 편집자는 이 책이 1만 부만 팔려도 좋겠다고 했을 정도였다는데 출간되자마자 세계적인 베스트가 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게다가 스티그 라르손이 기자 출신인 건 맞지만, 입사 초기만 하더라도 글재주가 없어서 사진이나 그래픽을 주로 담당했다. 그래서 혹자는 진짜 이 소설을 스티그 라르손이 쓴 게 맞는 지 의심하기도 했다. 가장 눈길을 끈 이야기는 스티그 라르손 사후 밀레니엄의 저작권을 두고 연인 에비 가브리엘손과 스티그 라르손의 아버지, 형제 사이에 분쟁이 있었던 것이다. 스티그 라르손은 네오 나치와 인종차별자를 비판하는 기사를 써서 오랫동안 테러 위협에 시달렸고, 이로 인해 에바 가브리엘손과는 차마 결혼하지 못하고 사실혼 관계만 유지했다. 문제가 된 것은, 스웨덴 민법상 사실혼 관계는 상속 관계로 인정이 되지 않기 때문에 수십년 간 스티그 라르손과 함께 동고동락한 에바 가브리엘손이 아닌 의절한 부모와 형제들에게 밀레니엄의 저작권이 넘어간 것이다. 에바 가브리엘손은 현재 밀레니엄 4부의 미완성 원고가 담긴 노트북을 (법적 권리 없이) 가지고 있는데, 팬으로서는 미완성 원고라도 좋으니 4부를 보고 싶지만, 스티그 라르손이 사랑했던 에바 가브리엘손을 생각하면 좀 더 참고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시리즈물이라는 게 원래 다 읽고 나면 허탈하고 섭섭한 법이라지만, 밀레니엄 시리즈의 경우는 아쉬움이 더 큰 것 같다. 작가가 3부작까지 탈고한 뒤 급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한 탓에 원래는 10부작으로 구상된 시리즈의 반의 반 정도밖에 보지 못한 것도 아쉽고, 3부까지의 내용이 이 정도로 방대하면서도 치밀하면 남은 7부의 이야기는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더 아쉽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와 원서, 비슷한 첩보물을 더 읽으면 아쉬움이 달래질까? 아무래도 힘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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