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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 | 일 - 일에서 충만함을 찾는 법 ㅣ 인생학교 3
로먼 크르즈나릭 지음, 정지현 옮김 / 쌤앤파커스 / 2013년 1월
평점 :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다른 것도 아닌 인생을 가르치고 배운다는 의미의 '인생학교'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이 학교도(무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참여한다는 데도!) 별볼 일 없을 줄 알았다. 그래서 이 시리즈가 처음 출간되었을 때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도서관 서가에 있길래 빌려온 <인생학교 - 일> 이 의외로 괜찮았다. 마침 내가 요즘 팟빵으로 듣고 있는 <벙커1 특강 - 철학박사 강신주의 다상담>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더욱 도움이 되었다. 강의 중에 좋게 말해 신선하고 솔직하게 말하면 생소하고 파격적인 내용이 많아서 철학적인 근거가 있는 분석일까, 아니면 박사님 개인의 의견일까 궁금한 때가 적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다른 학자들, 연구자들도 공감, 공유하는 내용이라는 것을 알게되어 내심 안도(?) 했다.
저자 로먼 크로즈나릭은 이 책에서 일의 의미와 잘못된 일 문화에 대해 다방면으로 고찰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은 직업과 동일시되는 경향이 있고, 직업 중에서도 고소득을 보장하는 직업이 최고의 직업이자 가장 가치있는 일로 오해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직업은 일의 한 부분일뿐 일과 완전히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직업을 가진 것만으로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을 하고, 그마저도 경제적으로 부를 안겨주거나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몇 개의 직업만을 숭상하는 경향이 있다. 뿐만 아니라 직업교육, 적성, 심리검사, 가족, 동료집단의 영향력 등으로 직업 선택지를 좁히고, 직업윤리, 열정, 천직, 재능 같은 개념들로 인간을 워커홀릭화 한다. 일의 성과와 성취감을 중시하느라 정작 삶에서는 성과가 없고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는 현실. 딱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씁쓸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일 자체의 성취감이 아닌 내 삶의 성취감을 높이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 1년 동안 30개 직업 가지기에 도전했다는 책에 소개된 사례 속 여인처럼(작년에 읽은 책 <까짓 것! 한번 해보는 거야>의 저자 대니얼 세디키는 1년에 50개 직업 가지기에 성공하기도 했다) 가능한 한 많은 직업에 도전하여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직업을 찾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아니면 '퀴리 부인'으로 유명한 마리 퀴리처럼 그때 그때 하고 싶고 가치 있다고 느끼는 일에 매달리다가 최종적으로 과학자라는 자신에게 꼭 맞는 직업을 찾는 방법도 있다(그녀는 천직만 찾은 게 아니라 노벨상이라는 부상(?)까지 얻었다!). 직장에 다닌다면 취미로 조금씩 시작해보거나 휴일을 이용해서 부업을 하는 것도 좋다.
"상어를 무서워하면 결코 진주를 손에 놓을 수 없다," 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일이라는 것도 결국 어떤 위험이나 불안을 떠안지 않고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점에서는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소득이 적은 일,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일, 일정 학력이나 자격증을 요구해서 진입장벽이 높은 일 등등 당장 도전하기에는 어렵고 벅차 보이는 직업이나 일자리가 많지만, 하기 싫은 일만 하다가 인생을 깡그리 소비하는 것보다는 지금이라도 도전해보는 것이 백 배는 나을 것이다. 해보지 않고 포기하기에 인생은 너무 짧고 덧없기도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