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살림월령가 - 자연주의 푸드스타일리스트가 그리는 시골살림 이야기
양은숙 글.사진 / 컬처그라퍼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시골에서 살고 싶다." 언제부터인가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말씀하신다. 태어난 곳은 충북이지만 두 살 때 서울에 올라와 평생을 서울과 서울 언저리의 신도시에서만 사신 분이 어떻게 시골 생활을 하실까 하는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버지 고향으로 내려갈지 아니면 서울 근교로 갈지 자뭇 진지하게 고민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런 소리가 쑥 들어간다. 여태껏 남편 직장 따라, 딸들 학교 따라 사는 곳을 옮기셨으니 이제라도 어머니가 살고 싶은 곳에 살게 해드리는 게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골 생활을 간절히 바라는 어머니와 함께 읽어려고 책 한 권을 샀다. 제목은 <들살림 월령가>. 제목대로 이 책은 저자가 시골 생활을 하면서 자연에서 난 재료들로 살림을 하는 모습을 계절의 흐름을 따라 소개한 책이다. 시골에서 살림하는 모습을 '들살림', 계절의 흐름에 따라 소개했다고 해서 '월령가'로 제목을 붙인 센스가 좋다. 저자 양은숙은 요리 잡지 <쿠켄>, <행복이 가득한 집> 등에서 활동했으며, '푸드 채널'  <아름다운 식탁>의 진행자로도 활약한 푸드 스타일리스트다. 오랫동안 도시 생활을 해온 저자는 우연히 지인의 소개를 받고 '방등골'이라는 시골 마을로 작업실을 옮겼다. 조금만 관리를 소홀히 해도 무성해지는 잡초, 뱀의 출현, 폭설 등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주변의 논과 밭, 들과 산에서 직접 재배하고 채취한 잡곡과 채소, 과일로 식탁을 차리는 재미와 기쁨, 오지마을을 찾아온 손님을 위해 먹을 것을 나누어주는 이웃들의 푼푼한 마음씨에 반해 '반도반농'의 생활에 점점 젖어들었다.

 

 

"파 한 줄기도 마트에 가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세상인 것 같지만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면 지천이 밥상이다. 마음만 열면 자연은 많은 것을 허락한다." (p.31-2) 라는 저자의 말대로 자연에는 먹을 것이 널려(?) 있다. 봄에는 원추리와 비비추, 오가피, 두릅, 냉이, 여름에는 오디와 매실, 앵두, 복분자, 양파, 마늘, 감자, 가을에는 밤, 은행, 호박, 대추, 토란 등등...... 심지어 먹을 것이 나지 않는 겨울을 위해 장아찌를 담그고, 햇볕에 말리고, 김장을 담그고, 메주를 띄울 수 있는 것도 모두 자연의 덕이다. 마트에서 사지 않아도, 돈을 내지 않아도 먹거리를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고도 신기한 이유는 내가 너무 자본주의와 화폐경제에 물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불과 백 년, 아니 몇 십 년 전만 해도 조상들은 자연에서 먹거리를 조달하고 돈 없이도 이웃끼리 교환하여 먹지 않았던가?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자본주의가 편리하고 합리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선택한 대가 - 기회비용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저자의 생활이 실제로 농촌에서 농사로 전업해서 사는 분들의 생활과는 괴리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평생을 도시에서만 살아온 나로서는 '이런 게 사람 사는 재미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을 만큼 넉넉하고 편안해보여 좋았다. 아무래도 어머니께 시골로 내려가시면 자주 놀러가겠다고, 그러니 얼른 내려가시라고 채근이라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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