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진 - 초일류들의 뇌 사용법
조나 레러 지음, 김미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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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더 지니어스>라는 TV 프로그램을 봤다. 하버드대 출신의 정치인, 멘사 회원, 명문대생 등 소위 말하는 똑똑한 사람들과 프로게이머, 갬블러, 아나운서, 당구선수 등 각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 사람들이 모여서 두뇌 게임으로 승부를 겨루는 내용이었다. 나는 처음에 하버드대 출신이나 멘사 회원 같은 사람들이 높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학력이 좋거나 IQ가 높은 사람은 일찍 떨어졌고(무려 하버드대 출신은 첫번째 탈락자였다), 얼마 못 갈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들이 의외로 높은 성적을 거두며 오래 남았다. 물론 대본이 있었을 수도 있고, 게임 방식과 능력치 차이에 따른 한계도 있겠지만, 소위 말하는 천재성, 똑똑함이라는 게 단순히 학력이나 IQ같은 단일한 척도로 매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사회성, 리더십, 집중력, 커뮤니케이션 기술 등 다른 능력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으며, 이런 능력들을 통합하는 능력이 뛰어나야 진짜 천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매진>의 저자 조나 레너도 학력이나 IQ가 높은 '가방 끈 긴' 사람들이 천재가 아니며, 창의성이나 상상력, 집중력, 끈기 같은 다른 재능이나 노력으로도 충분히 천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셰익스피어, 아인슈타인, 에디슨 등 역사에 이름을 남긴 천재들만 봐도 학력과 IQ가 높지 않았다. 그보다는 기존의 것과 다른 것을 창조하는 창의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몰입하는 집중력, 아무리 실패해도 굴하지 않는 끈기가 그들을 천재로 만들었다. 스티브 잡스, 마크 제이콥스, 요요마 같은 현대의 천재들은 어떤가? 스티브 잡스는 대학교 중퇴 학력이지만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신기술을 개발했고, 마크 제이콥스 역시 어려서부터 패션 분야에서 일을 해 지적인 훈련은 부족했지만 멀티 컬러 모노그램, 체리 모노그램 등 파격적인 콜렉션을 선보이며 21세기 패션의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사람들만 천재는 아니다. 아서 프라이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그가 발명한 '포스트잇'은 세계적인 히트상품이 되었고, 밀턴 글레이저 역시 이름은 덜 유명해도 그가 만든 'I ♥ NY'는 디자인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 되었다. 스스로 천재가 되든 천재적인 발명품이나 작품을 만들든 간에, 누구든지 천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천재가 되기 위해 어떤 식으로 노력을 하면 좋을까? 저자는 천재의 관건은 창의성이며, 창의성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우뇌를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좌뇌가 나무를 보는 뇌라면, 우뇌는 숲을 보는 뇌다. 숲을 본다는 건 여러 개념이나 지식, 정보를 통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희대의 천재들은 결국 통합의 천재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셰익스피어는 당대 최고의 문필가가 아니었다. 그러나 대중이 원하는 글이 무엇인지 포착하는 능력이 있었고, 고전과 이탈리아의 풍속 소설, 당시의 역사적인 상황 등을 적절하게 통합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따라올 자가 없었다. 스티브 잡스보다 기계를 잘 다루거나 디자인에 해박하거나 경영을 잘 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기술과 디자인, 경영을 통합하여 새로운 경영자상을 제시한 건 그가 유일하다. 이렇게 하나의 지식에 천착하기보다는 여러 분야의 지식을 결합하고 해부하고 재창조하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발달되고 천재적인 작품이나 발명품이 탄생한다. 그리고 이는 우뇌가 담당하는 영역이다.



우뇌를 개발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공상이나 백일몽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고, 미친듯이 몰입하는 방법도 있고, 어린아이나 아웃사이더가 되었다고 가정하고 문제를 다르게 바라보는 방법도 있다. 문제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사회가 뒷받쳐주지 않으면 100%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개인의 창의성, 천재성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창의성을 장려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천재를 인정하는 정치, 경제, 문화적인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그러나 학교는 창의성을 장려하지 않고, 사회는 천재를 좋아하지 않는다. "스키드모어 대학교의 심리학자들이 수십 명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의 설문 조사를 보자. 아이들이 교실에서 창의적이기를 원하느냐고 질문하자, 모든 교사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자신의 학생들을 다양한 인성 척도로 평가하라고 하자, 똑같은 교사들이 창의적 사고와 가장 가깝게 일치하는 특성들, 즉 '스스럼없이 표현한다'와 같은 특성을 동시에 '가장 덜 좋아하는' 학생과 밀접하게 연관시켰다. 공상을 하고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은 상상력이 풍부했는지는 모르지만, 가르치기가 더 힘들었고 표준화된 시험에서 낮은 성적을 받았다." (pp.288-9) 나는 창의적인가? 타인의 창의성을 포용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 물음에 모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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