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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어질듯 이어지지 않는 리스베트와 블롬크비스트의 관계, 해결될듯 해결되지 않는 사건의 추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추리소설의 그것과 유사한 단순한 플롯이 스웨덴 여성 성매매의 실태, 뿌리깊은 남성우월주의와 극우주의, 사회복지체계의 모순 등 각종 사회적 병폐와 연결되며 다방면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일품이다. 이번 소설에는 리스베트를 '모든 악'이라고 불리는 사건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은 '살라'라는 이름의 사내가 새로게 등장하는데, 냉전체제의 잔재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인 그가 그 어떤 죄를 저질러도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처벌되기는커녕 사회복지라는 미명 아래 보호받고, 리스베트와 리스베트의 어머니같은 아무 죄없는 연약한 사람들 - 거의 다 여성이다 - 을 희생시키고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모습이 작가가 그리고자 한 사회적 병폐의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소설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주류는 권력을 독점적으로 향유하게끔 돕고 여성과 성소수자, 극빈자 등 비주류는 벼랑끝으로 내모는 불합리하고 부정의한 사회 현상을 묘사하고, 그것을 교정하기는커녕 목도하고 묵살하는 정부와 법조계, 사회복지담당자 등을 고발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고 할 수 있는데, 놀라운 점은, 그러면서도 과연 리스베트의 행동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지, 그녀에게도 문제는 없는지 의문을 제기한다는 점이다. 주인공을 무결점의 영웅으로 그리는 대부분의 소설과 달리, 작가는 이 소설에서 리스베트를 마냥 선하고 정의로운 인물이 아니라, 천사와 악마, 천재와 정신이상자 - 두 극단을 오가는 불안정한 인물로 묘사했다. (블롬크비스트 역시 신념이 지나치다못해 고지식하고 순진하기까지 한 인물로 그려진다) 이런 리스베트의 이상과 능력을 어떤 이들은 온갖 사회의 병폐를 끝내기 위한 최후의 일격, 강력한 한 방으로 여기지만, 어떤 이들은 자칫하면 사회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암같은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게다가 이 의문은 다름아닌 리스베트의 전 후견인이자 은인 팔름그렌에 의해 제기된다) 약같기도 하고 병같기도 한 히로인이라니! 위험한 줄 알면서도 점점 리스베트에게 빠지는 건 뭘까? (처음엔 블롬크비스트가 좋았는데!)
안타깝게도 밀레니엄 시리즈는 원래 10부작으로 구상되었으나 작가가 3부까지만 쓰고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바람에 미완성으로 남았다. 2부까지 읽었는데도 이렇게 내용이 풍부하고 생각할거리가 다채로운데, 작가의 구상대로 10부까지 출간되었다면 얼마나 멋진 작품으로 완성되었을까! 스티그 라르손이라는 재능 넘치는 작가를 이른 바람과 함께 거둬간 하늘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