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더 스토리콜렉터 17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백설공주, 신데렐라 등 고전동화를 새롭게 해석하고 재창조하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마리사 마이어의 소설 <신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신데렐라를, 그것도 SF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먼 미래의 언젠가, 몸의 일부를 기계로 개조당한 사이보그 소녀 '신더'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의붓어머니와 의붓자매들의 구박을 받으면서도 정비공으로 일하며 집안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제국의 황태자 카이토가 안드로이드를 수리해 달라며 신더를 찾아오고, 두 사람은 첫눈에 반한다. 기쁨도 잠시, 동생 피어니가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염병 레투모시스에 걸리는 바람에 두 사람은 만날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신데렐라와 대부분의 설정이 비슷하지만, 신더가 인간이 아닌 사이보그이고, 집안일을 하는 대신 정비공으로 일하며, 왕자와 파티에서 처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전부터 아는 사이이며, 전염병이 둘 사이를 가로막는다는 점은 다르다(전염병 말고도 둘 사이를 가로막는 요소는 여러가지가 더 있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생략한다). 



신데렐라를 SF물로 재해석, 재창조했다는 점도 돋보이지만, 사이보그와 안드로이드가 사용화되는 경우 생길 수 있는 사회적 차별, 계급의 형성 같은 문제를 지적한 점도 인상적이다. 사이보그, 안드로이드 기술이 발달하고 보편화되면 인간과 이들 사이에 계급이 형성되고 차별이 생길 것이라는 상상(혹은 예측)은 전부터 있어 왔지만, 그러한 상상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와 연결한 것은 <신더>가 최초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되면 같은 형제자매 간에도 누구는 인간이고 누구는 사이보그, 안드로이드면 부모가 차별을 할 수도 있다. 인간과 사이보그, 안드로이드가 결혼을 하는 데 제약이 생길 수도 있다. 말도 안되는 상상같지만, 불과 백여 년 전만 해도 양반과 평민 또는 노비, 백인과 흑인이 결혼할 수 없었고, 지금도 다른 민족, 다른 종교 간의 결혼을 금하는 사회가 많다. <신더> 속 이야기가 픽션이면서도 실감나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신더>가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1편이라서 신더와 황태자 카이토의 사랑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 신더가 다른 가족들과 어떻게 화해를 하는지(또는 복수하는지)는 알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고, 남은 재미라면 재미겠다.



이 소설은 단점도 적지 않다. 먼저 어색하고 일관성 없는 설정이 자주 눈에 띈다. 작가가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배경을 '동방'연방제국의 신베이징이라는 중국의 도시로 설정한 점, (배경이 중국인데) 카이토, 이코 등 일본 이름을 쓴 점, 신더의 의붓어머니가 파티에서 드레스나 치파오가 아닌 기모노를 입는 점 등 어색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재미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넘길 수도 있지만, 만약 아시아 작가가 미래에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이 '서방'연방제국으로 통합될 것이고 중심 도시는 런던이나 파리가 아닌 워싱턴이나 뉴욕이 될 것이라고 한다면 서양의 독자들이 그냥 넘길까? 배경이 아시아이고 중국임에도 불구하고 주로 일본에 대한 정보가 나온다는 것 역시 한국인이자 아시아 사람으로서 보기에 불편하고 오리엔탈리즘적인 시선으로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황태자 카이토가 다른 유능한 정비공을 다 놔두고 뜬금없이 신더를 찾은 것은 개연성 있게 느껴지지 않고, 아름다운 신더는 선인으로, 추한 외모의 레바나 여왕은 악인으로, 의붓어머니와 의붓자매들은 끊임없이 신더를 괴롭히고 신더의 사랑에 훼방을 놓는 존재로 그려지는 설정도 불편했다. 아무리 비현실적인 시대와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SF물이고 동화를 재해석한 작품이라도 이런 식의 스테레오타입은 독자들에게 안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다른 식의 접근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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