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데보라 잭 지음, 이수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인간관계와 관련된 책들은 특별한 사람들, 즉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에서도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들을 위해 집필되었다. 하지만 이런 성격은 전체 인구 중 겨우 30~50퍼센트밖에 안 된다. 그럼에도 이제껏 그런 성격이 대다수인 양 다뤄진 것은, 틀림없이 저자들이 그 나머지 사람들을 외면했기 때문이리라." (p.8) 



힘들고 피곤하고 속이 상하면 나는 방에 홀로 앉아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술도 마셔보고, 친구도 만나보고, 노래도 불러보고, 춤도 춰보았지만 나에게는 이게 최고다. 데보라 잭의 <혼자가 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은 나처럼 다른 사람과 어울릴 때보다 혼자 있을 때 활력을 얻는 '내향형' 인간을 위한 인간관계 매뉴얼이다. 이제까지 사회는 감정을 드러내길 좋아하고, 말이 많고, 행동이 큰 외향형 인간을 우대했다. 인간관계에 대한 담론과 자기계발서 역시 외향형 인간 위주였다. 자기계발서에 자주 등장하는 '틈날 때마다 자기자랑을 하라', '식사는 절대로 혼자 하지 말라' 같은 경구들만 떠올려보아도 세상이 얼마나 외향형 인간 위주인지를 알 수 있다. <콰이어트> 를 비롯해 내향형 인간 대상의 자기계발서가 최근들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이런 경향의 반동이라고 볼 수 있다. 



말이 없다, 소극적이다, 소심하다, 우유부단하다, 비밀스럽다 등등의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내향형 인간에게도 물론(!) 장점은 있다. 말을 신중하게 하기 때문에 실수가 없고, 집중력이 뛰어나며, 일의 끝맺음도 확실하다. 사람을 사귈 때에는 소수의 사람과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고 정이 깊다. 외향적인 사람들이 나서기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고, 실수가 많고, 한번에 여러 사람에게 정을 주다보니 깊이있는 관계를 유지하기 힘든 것과 비교하면 내향형 인간의 장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말이 좀 없더라도 진실하고, 잘 나서지는 않지만 약속은 꼭 지키는 친구, 연인이 더 좋은 것처럼 말이다. 인간관계뿐 아니라 취업이나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적극적이고 활발한 외향형 인간이 주목받기는 쉽지만, 시간이 갈수록 꾸준히 성실하게 일을 하는 내향형 인간이 빛난다. 자신이 내향적인 성격이라면 억지로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꾸려고 하거나 자책하지 말고, 내향적인 성격의 장점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하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그래도 인맥 쌓기가 어렵고 두렵다면 어떻게 할까? 저자는 여러가지 팁을 제시한다. 내향적인 사람은 한꺼번에 많은 감각적 자극이 쏟아지는 것에 취약하다. 많은 사람이 모여 있거나 큰 일을 앞두고 있어서 긴장이 되면 주변을 한 바퀴 돌거나,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에 들러서 기분을 전환하자. 모임이나 공적인 자리에 나서는 게 두렵다면 자원봉사를 해보자. 내향형 인간은 총무나 회계, 사회 등 어떤 역할이 주어지면 열심히 하는 성향이 있다. (멍석이 깔려야 빛을 보는 성격이라고나 할까?) 일부러라도 역할을 맡아서 적극적으로 임해보자. 일행 없이는 못한다는 생각은 버려라. 혼자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말을 걸기 쉽고, 그만큼 인맥을 넓힐 기회도 늘어난다.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대화가 두렵다면 질문을 해라. 직업이나 앞으로의 계획 같은 거창한 질문이 아니어도 좋다. 옷이 예쁜데 어디서 샀는지, 머리는 어디서 했는지, 오늘 나온 음식 중 무엇이 제일 좋았는지 등 별 중요하지 않은 질문도 괜찮다. 이렇게 자신의 성격을 받아들이고 부담스러운 상황을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부딪친다면 내향적인 사람도 외향적인 사람 못지 않은 '인간관계의 달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