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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서 진실한 마음을 얻는법
양창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언제였던가, 사람들에게 꾸미고 치장한 내 앞모습만 보여 주려고 애써 왔구나하는 생각이 든 때가 있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나는 너무도 뚜렷하게 그 이유를 깨달았다. 그건 나한테 보기 싫은 뒷모습도 있다는 사실을 나 자신도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 남에게 보여 줄 생각을 하랴. 하지만 그 순간은 달랐다. 그 모습도 나의 일부라는 것, 사실은 그런 이면이 있었기에 시련이 견디고 손톱만큼이라고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 따라서 지금 이 순간 내 전부를 수용하고 감사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자각이 너무도 명료하게 떠올랐다. (중략) 그러면서 그동안 환경 탓, 주위 탓으로 돌리면서 원망하고 분노하던 문제들도 사실은 내 선택의 결과였음을 깨달았다. 조금 더 나은 선택이나 나쁜 선택이 있었을 뿐, 그 행동의 주체는 나였던 것이다. 그것은 앞으로도 내 인생이나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pp.231-2)
어제는 '심리 데이(Day)'라고 스스로 이름을 붙이고 책장에 꽂혀 있던 심리학 책 두 권을 연달아 읽었다. 먼저 읽은 책은 정신과 전문의 양창순이 쓴 <인간관계에서 진실한 마음을 얻는 법>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진실한 마음'이란 곧 '나르시시즘'이다. 나르시시즘은 자기애를 바탕으로 하다보니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라는 오해를 사기 쉬운데, 긍정적인 나르시시즘은 정신적 갈증이나 배고픔을 느끼지 않는 건강하고 낙관적인 마음, 즉 자존감을 가져다 주며, 타인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게끔 한다. 문제는 부정적인 나르시시즘이다. 열등감과 완벽주의, 흑백 논리와 노이로제적인 경쟁심, 지나친 자기 도취, 비정상적인 분노의 폭발, 잦은 비탄과 우울, 왜곡되고 변형된 페르소나 같은 문제들이 바로 부정적인 나르시시즘의 산물이다. 이러한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명확하게 인식하여 긍정적이고 건강한 나르시시즘이 마음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자기 자신의 나르시시즘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함께 타인의 나르시시즘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역설한다는 것이다. "우리 누구도 자신의 나르시시즘에 격심한 상처를 입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좌절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분노하며 복수하는 상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중략) 그와 같은 부정적인 요소들은 때로 매우 치명적이다. 인간으로 하여금 못할 일이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다른 사람의 나르시시즘에 상처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p.71) 이 대목에서 나는 왜 책의 제목이 '나르시시즘 이해하기', '긍정적인 나르시시즘 가지기'가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진실한 마음을 얻는 법'인지를 이해했다. 나의 마음이 상처입지 않게 지킨다는 명목으로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자기 마음이 상처를 입든 말든 돌보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나를 위해 남의 마음을 돌보지 않는 것 역시 문제고, 이는 긍정적인 나르시시즘이 아니라 부정적인 나르시시즘이다. 이 둘이 한끗 차이라는 것과, 인간관계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나 자신을 이해해야 하고,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남도 나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 나처럼 상처도 있고 실수도 하고 불안해 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궁극적인 메시지다. 겉치레가 아닌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인간관계, 타인과의 진정한 소통을 꿈꾸는 이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