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시간 관리 - 내 인생의 꼭 맞는 속도를 찾는 8가지 방법
라마 수리야 다스 지음, 안희경.이석혜 옮김 / 판미동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스마트폰을 산 지 어느덧 4개월이 지났다. 스마트폰을 장만하니 좋은 점이 몇 가지 있다. 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를 시시때때로 켜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 서비스를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 이동하거나 운동할 때 따로 MP3 플레이어를 챙기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듣거나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는 점 등이다. 그런데 사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스마트폰이 없어서 못했던 일들은 아니다. 메일, 트위터, 페이스북이야 번거롭기는 해도 컴퓨터로 능히 할 수 있고, 음악을 듣는 것도 MP3플레이어와 라디오로 듣던 걸 다른 기계로 듣는 것에 불과하다. 안좋은 점이라면 책 읽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전에는 이동 중이나 자기 전에 주로 책을 읽었는데, 요즘은 그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팟캐스트를 듣는 일이 많다.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든 것만으로도 손해인데, 스마트폰으로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다른 일을 같이 하다보니(멀티태스킹을 하다보니) 집중력이 낮아지고 효율도 떨어진다. 그만해야지 하는데 몇 달 사이에 습관이 되어버려 좀처럼 그만둘 수가 없다. 스마트폰이 참 애물단지다 싶다. 지난 밤 스마트폰 때문에 대폭 줄어든 시간을 쪼개 <붓다의 시간 관리>라는 책을 읽다가 이런 문장을 발견했다. "트위터에 뜬 140글자를 읽는 데는 몇 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산만함에 빠진 대가는 훨씬 더 오래 지속된다. 만약 우리 자신을 더 많은 일에 관여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인생은 수박 겉핥기 식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분주함은 삶의 깊이를 잃게 만든다." (p.14) 문장을 읽자마자 저자가 나의 마음을 읽었나, 내 생활을 보기라도 했나 싶었다. 뭘 먹었느니, 어디에 왔느니 등 시덥잖은 트위터의 멘션을 읽다가 이런 진짜 '멘션(mention)'은 놓칠 뻔 하다니! 이 문장 외에도 어떤 귀한 문장들이 담겨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속도를 늦춰 천천히 읽어보았다.



티베트 불교의 2세대 본토 라마이자 족첸 센터의 설립자인 저자 라마 수리야 다스는 먼저 불교와 시간 관리의 관계에 대해 설명한다. "불교는 시간과 시간의 운용을 심도하게 다루는 공부다. 마음과 정신을 잘 운용해야 시간에 더 적게 얽매이고, 자유로움 속에서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는 출발선상에 섰을 때처럼 무한대의 기회와 가능성을 갖게 된다." (p.15) 불교에 대해서는 쥐뿔만큼도 모르지만(참고로 무교임), 불교가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른 종교에 비해 영적이고 철학적이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중에서도 티베트 불교는 신성한 여성 에너지와 이를 통해 남성 에너지를 보완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인데, 불교를 포함한 고대 종교와 철학은 궁극적으로 이러한 에너지의 흐름, 정신의 작용, 영혼과 기의 순환 등에 관심을 가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왜 현대인들은 에너지, 정신, 영혼, 기와 같은 개념들을 잊고 살게 된 것일까? "예수와 초기 기독교인들도 이런 균형에 초점을 맞췄으나, 원형의 메시지는 가부장제에 의해 검열되고 흡수되었다. 이는 <도마복음>, 빌립, 막달라 마리아와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이 등장하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p.155) 즉, 기독교의 출현을 경계로 에너지의 흐름을 집중적으로 다루던 고대 종교와 철학, 연금술, 주술 등은 미신 또는 비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사장되었다는 것이다. 댄 브라운의 팬인 나는 오래전부터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이러한 '어두운 역사'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소설가가 아닌 종교인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처음 들어서 신선하면서도 더욱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이 책에서 특히 '기다림의 미학'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신기술은 사람들이 더욱 빠르게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도와주며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든다. 그러나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모든 것을 전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된 대가로 사람들은 '기다림'을 잃었다. 누구를 기다리거나 무엇을 하거나 사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을 사람들은 '버리는' 시간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예상외로 인류가 이룬 일들의 상당 부분은 기다리는 동안 이루어졌다. "구소련 사람들은 칫솔에서 텔레비전까지 무언가를 사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줄을 서야했다. 잔돈을 거슬러 주는 줄, 점원이 주문을 넣는 줄, 물건을 배송받기 위해 주소를 작성하는 줄이 있었다.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많은 사람이 소설이나 시, 미술사 책을 읽었다. 그 결과 러시아 사람들은 굉장히 문학적이고 독서를 즐기게 되었다. 그들은 모임을 만들고, 줄을 서서 기다리며 서로를 알아 가고, 다른 사람들이 볼일을 보는 동안 자리를 맡아 주기도 했다. 이와 똑같은 일이 미국에서도 일어났다. 사람들은 공연표를 사기 위해 24시간 진을 치고 기다리거나 추수감사절 다음 금요일 파격세일을 하는 백화점 앞에서 밤새 줄을 서거나 중요한 운동 경기 티켓을 사려고 줄을 선다. 이 기다림은 원래의 목적보다 더 모험적이고 큰 만족감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심지어 새로운 로맨스가 시작되기도 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인맥을 발굴하기도 한다." (p.213) 나 역시 스마트폰이 생기기 전에는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이동하는 동안 어김없이 책을 읽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에서 시시한 연예 기사를 읽거나 SNS를 확인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있어서 아무 데서나 인터넷을 할 수 있고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을 수 있는 점은 좋지만, 그만큼 기다리는 시간을 유용하게 보내는 방법은 잊어가고 있는 것 같다. <붓다의 시간 관리>. 몇천 년을 이어져 온 불교의 사상에서 오늘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고, 붓다의 가르침대로 시간에 덜 얽매이고 순간을 영원처럼 사는 방법을 익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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