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브랜딩 공부하라 지금 당장 경제 시리즈
엄성필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얼마전 백화점에서 몇십만 원에 파는 유명 해외 브랜드 화장품의 통관 가격이 고작 몇 백원, 몇 천원 밖에 하지 않는다는 텔레비전 보도를 보았다. 가격에 거품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몇배, 몇십배 수준이 아니라 몇백배, 몇천배 수준이라니...... 거품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 거품이 생기는 이유로는 유통구조의 문제라든가 임대료, 인건비, 홍보비, 모델 출연료 등을 들 수 있지만, 소위 말하는 '브랜드 값'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비싼 줄 알면서, 거품인 줄 알면서 명품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일까? '낙인'이라는 브랜드의 뜻처럼, 명품을 쓰면 마치 나한테 명품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 같아서일까? 비싼 제품을 쓰면 내 몸값도 비싸지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일까? 



<지금 당장 브랜딩 공부하라>의 저자 엄성필 역시 유명 해외 브랜드 화장품의 사례처럼 브랜드의 힘이 부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경계한다. 그러면서도 브랜드가 가진 고유의 힘이 제대로 쓰일 때의 무한한 가능성은 부정하지 않는다. "필자는 브랜딩을 좋게 말하면 '마법', 나쁘게 표현하면 '사기'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예를 든 에비앙도 솔직히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못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브랜딩을 사기가 아닌 마법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강점은 부각하고, 약점은 감추며, 소비자에게 감정적 애착을 끌어내는 것이 브랜딩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어내는 것처럼 대단한 마법이 어디에 있을까요?" (서문 중에서) 사실 값비싼 명품 브랜드만 브랜드의 힘을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유니클로, 자라 같은 SPA브랜드 제품이나 로드샵 화장품 등 명품에 비해 훨씬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인데, 이들은 저렴하지만 품질 좋고 유행에도 뒤떨어지지 않은 제품을 구매하는, 합리적인 소비자의 이미지를 함께 구매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비싼 제품은 비싼 대로, 싼 제품은 싼 대로, 소비자는 제품을 구입할 때 제품 그 자체만이 아니라 브랜드까지 함께 구입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브랜드를 마냥 사기다, 거품이다 비난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감정적 욕구를 충족하는 마법 같은 힘을 가진 것으로 너그럽게 보아도 좋겠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에르메스, 구찌, 프라다, 루이비통 등 유명 패션 브랜드에 대한 설명에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브랜드 이미지를 잘 구축하여 성공한 브랜드 중 하나로 에르메스를 들 수 있다. 그레이스 켈리가 들어서 화제가 된 '켈리백'과 영국 출신 프랑스 여배우 제인 버킨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서 만든 '버킨백'은 지금도 사려면 적어도 2년은 대기해야 하는 명품 중의 명품, 브랜드 중의 브랜드다. (막상 버킨백의 뮤즈인 제인 버킨은 무거워서 버킨백을 안 쓴다고 하니 아이러니다.) 몇 년 사이에 새롭게 떠오른 명품 브랜드로는 멀버리가 있다. 멀버리는 오랫동안 품질은 좋지만 인기가 없어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영국 출신 모델 알렉사 청이 들어서 일약 화제가 되었고, 최근에는 영국의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비가 애용하는 브랜드로 알려져 주가가 급등했다. 패션 브랜드 대부분이 유명한 스타를 모델로 기용하거나 그들을 통해 강력한 홍보 효과를 누린 것을 보면 브랜드 이미지의 형성에 스타 마케팅의 몫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최근에는 출판계에서도 어떤 연예인이 읽었다더라, TV에서 애독서로 소개했더라 하는 것이 그 어떤 마케팅보다 강력한 홍보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는데, 홍보가 되어서 좋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좋기만 한 일일지는 모르겠다.  



뜨는 브랜드가 있으면 지는 브랜드도 있는 법. 저자는 신규 브랜드에 밀려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진 브랜드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대표적인 예가 노키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노키아는 휴대폰 시장 수위를 점하는 브랜드였다. 그러나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업계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노키아가 여기에 대처하지 못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하락은 물론 기업의 존속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되었다. 어디 노키아뿐이랴. 식품, 화장품 같은 저가의 일용품도 인기 브랜드가 몇 년 사이에 휙휙 바뀐다. 경영, 브랜드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한 브랜드에 애착을 가지면 오랫동안 충성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안타깝고 섭섭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점점 그 추세가 빨라지니 아쉬움이 더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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