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일보다 사람이 힘들까 - 눈치 보느라 지친 당신을 위한 촌철살인 심리 처방전
조범상 지음 / 알키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서점에서 <나는 왜 일보다 사람이 힘들까>라는 책 제목을 보자마자 무릎을 탁 쳤다. '이건 내 얘기야!' 일보다 사람이 힘든 것이 비단 나만의 이야기일까? 통계에 의하면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스스로를 직장 부적응자로 생각하고, 직장인 4명 중 1명은 심리건강이 우려되는 수준이라고 한다. 업무에 몰입하는 사람은 6퍼센트, 마지못해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절반에 가까운 48퍼센트에 이른다. 회사 사장들이 들으면 숨이 턱 막힐 일이지만, 직장인 개개인에게도 이는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매일 여덟 시간에서 길게는 열두 시간 가까이 보내는 직장에서 인간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정신적으로도 엄청난 고통이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보아도 큰 손해이기 때문이다. 



저자 조범상은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산업 및 조직심리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LG경제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조직심리학 전문가다. 그는 조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하여 개인은 물론 경영자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직장 내 인간이 스트레스와 상처를 받는 가장 큰 원인이 '사람'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여러 직장사례를 통해 그는 상사와 동료, 부하의 유형을 각각 다른 툴로 정립했고, 각 유형의 특징과 장단점, 관계 솔루션 등을 정리하여 이 책을 썼다. 상사와 동료, 부하의 유형을 나눠서 분석한 점이 좋았고, 매 챕터마다 나는 상사로서, 동료로서, 부하로서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알 수 있게끔 체크리스트를 제시한 점도 좋았다. 당장 직장 내에서 인간관계 때문에 문제를 겪고 있지 않더라도,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조직 안에서 어떤 유형의 인간인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먼저 상사의 유형으로는 실적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워커홀릭형', 사소한 것에도 일일이 간섭하는 '매니저형', 일은 제대로 안 하고 인기 쌓기에만 골몰하는 '연예인형', 자기보다 더 높은 상사와의 충돌이 잦은 '혁명가형' 등이 있다. 나는 아직 상사가 아니라서 어떤 유형인지 잘 모르겠는데, 만약 상사가 된다면 워커홀릭형이나 매니저형이 될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은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니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일로써 상사의 기대치에 부응할 수 없다면 성실한 모습이라도 보이는 게 좋다고 한다. 부하의 유형으로는 과도하게 적극적인 '질주형', 상사의 지시는 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뚝심형', 일을 미루는 '말뚝형', 잘하는 일은 없으면서 딴지 걸기만 좋아하는 '나 잘난형' 등이 있다. 이중에 나는 '질주형'이 아닌가 싶은데, 이런 사람들은 일처리가 빠르고 잘하려는 욕심이 큰 나머지 갑작스런 사고에 당황하거나 디테일을 간과하는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상사는 이런 부하를 대할 때 일부러 새로운 일, 어려운 일을 시켜서 일의 어려움을 알게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나한테는 아직 이런 상사가 없으니 스스로라도 노력해야겠다. 동료의 유형으로는 일 벌리기 좋아하는 '앞잡이형', 인맥 만들기에 골몰하는 '사교형', 변화를 거부하는 '현상유지형', 나서지는 않으면서 머리만 굴리는 '주도면밀형'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나는 '사교형'인 사람하고 지내는 게 참 어렵다. 워커홀릭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일을 할 때는 일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크고, 뭐든 인맥이나 관계로 처리하거나 사담, 잡담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교형과 잘 지내기 위해서는 많이 부족해 보여도 작은 노력이나 성과에 칭찬을 아끼지 말고,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질문하는 것이 좋다. 인맥쌓기에 빠져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을 때에는 화내지 말고 일의 틀을 잡아주거나 이미지로 윤곽을 잡아주며 이끌어주는 것이 좋다. 당장 적용해 봐야겠다.



이렇게 노력했는데도 안될 경우를 위한 솔루션도 제시되어 있다. 그 중에서 직장에서 소위 말하는 '뒷담화'를 할 때의 요령과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뒤끝을 남기지 않는 방법에 관한 대목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뒷담화의 요령은 다음과 같다. "나를 화나게 만드는 대상에게 직접 화를 낼 수 없으니, 화를 투정으로 만들어 믿을 만한 동료에게 푼다고 생각해보자. '업무가 너무 많아서 폭삭 늙어버릴 지경이야.' '잔소리에 압사당할 것 같아.' '요즘 애들은 왜 그렇게 되바라지지?' 하는 식으로 특정대상을 지칭하지 않고 불만사항을 흘리는 것이다. 자칫 이야기가 번지지 않도록 적정선에서 끊어주는 센스는 필수다." (p.197) 이런식으로 뒷담화를 하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고, 대화를 통해 다른 사람으로부터 위로를 받거나 해결책을 얻을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다. 상사에게 혼이 나거나 동료, 부하와 트러블이 있을 때 뒤끝을 남기지 않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의도적으로 지우고 싶은 기억을 떠올리면서 동시에 기분을 좋게 만드는 사진이나 그림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방법이 있다. 이 행위를 여러 번 반복하게 되면 동료들 다 보는 앞에서 상사에게 호되게 깨진 기억이 날 때마다, 동시에 기분 좋은 풍경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행복한 음악이 같이 떠오르며 불쾌함의 농도를 옅게 만들어줄 것이다."(p.204) 이 방법은 전에 읽은 에란 카츠의 <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에 소개된 망각의 기술과 일맥상통한다. 안 그래도 A형이라서 소심하고 뒤끝도 많은데 앞으로는 이 방법을 사용해서 뒤끝 없이 깔끔한 사회인으로 거듭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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