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알고 있는 걸 서른에도 알았더라면 - 천 개의 인생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
이의수 지음 / 토네이도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언젠가 서점에서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라는 책 제목을 보고 '빵터졌던' 기억이 난다. 김난도 교수가 쓴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제목을 재치있게 패러디하여 웃음을 주면서도, '청춘은 아플 수나 있지, 마흔이 되면 이것저것 책임질 게 많아서 마음 놓고 아플 수도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하는, 가슴 찡하게 만드는 멋진 제목이었다. 그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의 저자 이의수의 새 책 <지금 알고 있는 걸 서른에도 알았더라면>이 나왔다. (이번에는 유명 시집의 제목을 패러디했다!) 전작에서 마흔 이후의 삶을 이야기했던 저자는 이번에 서른으로 눈길을 낮췄다. 서른이란 어떤 나이이길래 이토록 수많은 작가들이 화두로 올리는 것일까? 내 생각은 이렇다. 예전에는 서른이면 취업도 다 하고 결혼도 해서 아이도 한두명쯤 있는 나이였다. 그러나 요즘은 취업과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서른 이후에도 취직을 못해서, 또는 취직은 했으나 천직을 찾지 못해서 방황하는 이가 많고, 짝은 있으나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결혼을 미루는 사람, 아예 결혼을 포기하는 비혼자도 많다. 이런 모습이 윗세대의 눈에는 생경하고, 삼십대들에게는 자신들의 삶의 모습이 어른들의 그것과 달라도 너무 달라서 '내가 제대로 사는 게 맞나' 불안한 것이다. 



이렇게 이십대의 젊음과 사십대의 안정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삼십대 '늦깎이 청춘'들을 위해 저자는 총 다섯 장에 걸쳐 62가지의 조언을 던진다. 본문에 앞서 저자는 인간의 나이를 결정하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이 대목이 이 책의 핵심인 것 같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지. 그건 바로 그 시간을 잘 기억하는 것이야. 투명한 캔버스 같은 시간 위에 색깔을 입히고, 향기를 그려 넣고, 아름다운 소리들을 심어봐. 기억할 만한 일들을 새겨 넣는 거야. 그러면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자연스럽게 그것들을 꺼내보면서 새로운 힘을 얻게 될 거야. 시간을 잘 쓰려면 시간을 꽉 붙잡아야 해. 아무것도 그려 넣지 않으니까 시간이 어떤 속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알 도리가 없는 게지." (p.8) 흰 캔버스를 좋아하는 색깔과 무늬로 채우듯 시간이라는 캔버스도 좋아하는 일과 취미,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다운 추억들로 채우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아야 할텐데, 의외로 잘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십대, 이십대 때 부모님과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만 하던 '범생이', 친구들과 TV속 연예인들을 따라하기만 하던 '따라쟁이'들이 많은 탓이다. 그 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자기 스스로 캔버스를 채우는 방법을 배운 사람이라면 삼십대의 삶이 좀 더 수월하련만, 남이 하라는 대로, 남을 따라서만 살던 이들에게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아쉽지만, 마흔이나 쉰 이후에 계속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면 삼십대에라도 스스로 생각하는 법, 홀로 서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무수히 떠올리고 그것에 매달리는 노력을 해야한다.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십대 때는 공부, 이십대 때는 오로지 취직할 생각만 하면 되지만, 서른 이후에는 전직과 이직, 실직 등 일과 관련된 다양해진다. 계속 이 직장에 다녀도 좋을지, 이 일 자체가 나에게 맞는 건지, 갑자기 회사에서 잘리면 어떻게 할지 등등의 고민이 삼십대의 머릿속에 들어앉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다. 이런 이들에게 저자는 이런 조언을 던진다. "내가 다시 서른 살로 돌아간다면, 나는 실직의 고민보다는 '성과'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할 것 같아요. 매일 아침 '나는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면 좋습니다. 꾸준한 성과를 내는 사람은 살아남아요. 회사는 망해도 성과를 내는 사람은 망하지 않아요." (p.19) 일단 내가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성과가 나오는 일을 하면 이직이든 전직이든 문제없고, 실직을 당해도 걱정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과가 나와도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어떨까? "내가 원하는 삶을 일찍 발견하지 못하면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그곳에 도착하기엔 너무 늦어버린다오." (p.29) 저자는 당장 밥벌이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고 싶지 않는 일을 계속 하다가는 늙어서 후회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취미나 투잡으로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방법을 모색하다보면 직업으로 연결하는 방법이 생기고, 그러다보면 결국 인생 전체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이는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요즘 이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은데 저자의 글을 읽고나니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든다. 구체적인 방법이 나와있지 않아서 조금 아쉽지만, 나 스스로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감정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일이든 가정이든 점점 책임질 것이 늘어나는 서른 이후에는 걱정과 불안도 늘어난다. 이런 이들을 위해 저자는 어니 젤린스키의 <모르고 사는 즐거움>이라는 책의 문구를 인용했다. "걱정의 40%는 절대 현실로 나타나지 않고, 30%는 과거 일이고, 4%는 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이고, 4%만 바꿀 수 있는 것이다." (p.132) 주변 사람들로부터 '신경과민'이라는 놀림 아닌 놀림을 받을만큼 예민하고 걱정이 많은 나는 이 대목이 아주 인상깊었다. "서른 살쯤 된 젊은 애들을 위해 책을 쓴다고? 그럼 그 애들에게 한번 물어보게나. 그 애들이 태어나서 30년 동안 건강하게, 멀쩡하게 살아왔다는 건 뭘 의미할까? 세상에서 떠들어대는 것처럼 무수한 사건 사고들이 일어난다면, 그 애들보다 갑절 이상 별일 없이 살아온 나 같은 노인네는 뭔가? 기적인가? 아닐세. 삶을 망칠 만한 심각한 일은 그렇게 잘 일어나지 않는 법이야. 대부분 삶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마음이 무너지는 것이지." (p.134) 나는 이 대목이 서른이면 아직 어리고 젊은 것 같지만 그만큼 살았으면 이제 세상살이에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느냐, 덜 상처받고 덜 불안해 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뜻으로 읽혔다. 십대 때는 몰라서, 이십대 때는 경험이 부족해서 방황하고 고민하고 걱정하고 불안해 해도 됐지만, 삼십대쯤 되었으면 모르지도 않고 경험이 부족하지도 않으니 덜 번민하라는 것이다. 일 년하고 몇 달만 지나면 서른이 될 사람으로서 한줄 한줄 의미를 되짚으며 마음공부하며 읽기에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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