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하게 제압하라 - 남자 직원들이 당신을 미치게 할 때
페터 모들러 지음, 배명자 옮김 / 리더스북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뒤늦게 <더 지니어스>에 빠졌다. 매 게임마다 참가자들이 저마다 다른 능력과 재주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도 볼거리지만, 대부분의 게임이 참가자들의 협력과 연합, 또는 대립과 갈등 관계를 요하는 것이다보니 그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또는 리더십, 팔로어십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남성 참가자들과 여성 참가자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차이가 뚜렷하게 보이는 점이 재미있다. 매 게임에서 문제 해결을 주도하는 리더를 맡는 사람은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남성 참가자들은 기본적으로 나이와 경력, 지식과 능력 등을 바탕으로 서열을 정한 다음에 게임을 임하며, 대놓고 비난을 하거나 의견을 묵살하는 식으로 대립이나 갈등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불사한다. 반면 여성 참가자들은 튀는 행동을 자제한다. 나이가 많고, 직업상 선배라도 서열을 정하지 않는다. 게임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대립이나 갈등 관계가 생기는데, 그 때마다 반드시 뒷자리에서 '미안하다', '진심이 아니다' 라고 달랜다. 다들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한 사람들인데 남성은 남성대로, 여성은 여성대로 서로 다른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인간관계를 고수한다는 점이 신기한 한편, 불편하게 느껴졌다. 만약 저것이 TV 속 게임이 아니라 직장생활이라면, 그것도 남성 위주의 직장이라면, 남성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여성들이 어떻게 직장 내 '유리 천장'을 뚫고 성공할 수 있을까?



<오만하게 제압하라>의 저자 페터 모들러는 남성과 여성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며,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고 싶은 여성들은 반드시 남성의 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대가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지만, 능력이 있음에도 그것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여성들은 여전히 많다. 대부분 이유는 하나다. 업무 능력이 뛰어난 여성이라도 의사관철 능력에 있어서는 확실히 남성들을 따라잡기 어려운 것이다." (p.6) 여성은 선천적으로 '관계'를 중시하는 반면 남성은 '지위'를 중시한다. 아이들만 봐도, 여자아이들은 가장 친한 친구 한 명 또는 소규모로 노는 것을 좋아하고, 이야기, 특히 비밀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장 노릇을 하거나 잘난 척 하는 아이는 미움을 받기 쉽다. 반면 남자아이들은 크게 무리를 지어 노는 경우가 많고, 대장과 부하를 가리며 서열을 정하기를 좋아한다. 놀이 방식도 영웅놀이나 몸싸움 등 경쟁하는 것이 많다. (p.110) 여성이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일한다는 것은 여자아이가 남자아이 무리에 끼어들어 칼싸움을 하도록 내던져진 것과 마찬가지다. 소꿉놀이가 익숙해도, 칼싸움을 하는 무리에 들어가면 칼싸움을 하는 방법을 익혀야 하는 법. 남성 중심의 조직에 들어간 여자라면 남성의 규칙, 남성의 커뮤니케이션을 익혀야 한다.



그렇다면 남성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저자는 여러 가지를 제시했는데, 그 중에서 나는 '서열'과 '지위'라는 단어가 인상적이었다. 여성들은 보통 나이나 지위 고하에 관계없이 평등하고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데, 남성들은 그렇지 않다. 처음 만나면 자신의 나이와 직업, 직장, 직급 등 지위를 밝히고, 연장자, 선후배 순으로 서열을 정한다. 그러므로 남성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여성은 이 사실을 반드시 명심하여 자신이 그 사람보다 연장자인지, 상사인지 부하인지 등을 정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면 편하다. 또한 여성들은 많이 웃고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인간관계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지만, 남성들은 그렇지 않다. 표정은 진지하고 엄숙하게, 말은 가급적 아끼고, 이따금씩 화가 나면 말을 쏟아내는 대신 침묵하는 편이 남자로 하여금 위압감을 느끼고 여자를 존중하게 만든다. 지위에 맞는 태도와 자세, 외모, 이미지 관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직장의 신>의 미스 김처럼 언제나 꼿꼿하고 도도한 자세를 유지하고, 단정하고 깔끔한 정장 차림과 완벽한 화장을 고수하며, 엄마나 누나처럼 굴지 않고 철저히 일적으로 상대하면 직장 생활을 같이 하는 남자들에게 결코 만만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비써 박사(여자 상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남자 부하)를 빤히 보고만 있었다. 그런 다음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는 조교(그)에게 아주 짧고 직접적인 질문 몇 가지를 던졌다. "지난 한 주 동안 어디 있었지? 왜 내게 결근한다고 보고하지 않았나? 어째서 항상 다른 사람들이 그쪽 일을 대신해야 하는 거지?" 질문이 끝날 때마다 조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쩔쩔맸고, 그러는 동안 둘 사이에 흐르는 불편하고 긴 침묵을 비써 박사는 아주 잘 참아냈다. (중략) 이 광경을 지켜본 다른 여성 세미나 참가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그녀들은 비써 박사의 무례한 태도가 조교에게 불쾌감을 주었을 거라며 걱정을 했다. 그래서 나는 메르코브(남자 부하) 역할을 했던 스파링파트너에게 기분이 어땠는지를 물었다. (중략) "기분 나쁠 건 없었어요. 자존심이 상하지도 않았고요." 비써 박사가 그렇게 심하게 대했는데 어째서 그는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을까? "상사잖아요." 그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상대방이 상사였기 때문에 자존심이 전혀 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pp.26-7)



저자의 설명이 대체로 맞지만, 가족관계나 성장 환경, 가치관 등으로 인해 여성화(!)된 남성들도 많아서 매사에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남성 커뮤니케이션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 패션, 코스메틱 등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직종도 늘고 있는 추세이고, 여성 커뮤니케이션의 장점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개인 또는 조직도 많다. <더 지니어스> 중, 후반부를 보면 서열과 지위 위주로 게임을 진행하던 참가자들이 서열 붕괴, 지위 상실로 인해 급격히 세력을 잃고 탈락하는 일이 발생하는데, 이런 것만 보아도 남성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여성이라면 맹목적으로 남성 커뮤니케이션의 장점만 수용할 것이 아니라, 남성 커뮤니케이션의 장점과 함께 여성 커뮤니케이션 기술도 익혀서 보완적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직장보다도 실생활에서 이 책을 통해 배운 지혜를 활용해 보려고 한다. 가끔 이유 없이 화를 내거나 시비를 거는 것처럼 말하는 남자(특히 남자 어르신 중에 많다)들을 대하게 될 때가 있는데, 그 때는 내가 뭘 잘못해서, 나를 싫어해서 그런 것 같다고 속상해 하지 말고, 약해보이는 상대의 우위를 점하고 싶어하는, 지극히 전형적인 남성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이해하면서 슬기롭게 넘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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