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미루지 마라 - 하버드대 긍정심리학 보고서
탈 벤 샤하르 지음, 권오열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점심시간을 울리는 호각이 울리자 모든 직원이 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샘은 여느 날처럼 도시락을 열고는 투덜대기 시작했다. "제기랄! 또 땅콩버터와 잼 샌드위치야. 정말 진력 나!" 그는 하루도 안 거르고 그놈의 땅콩버터와 잼을 바른 샌드위치에 대해 불평을 해댔다. 보다 못한 동료가 드디어 한마디 했다. "이봐, 샘, 그게 그렇게 싫으면 부인한테 다를 걸로 만들어 달라면 되지 않나?" "모르는 소리 말게," 샘이 대답했다. "난 결혼 안 했어. 샌드위치는 내가 직접 만든다고." (p.12)



내 책상 앞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있다.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뭔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하고 있는 그 속에서 행복을 찾으라는 말인 것 같다. 하버드대 긍정심리학 보고서 <행복을 미루지 마라>는 이렇게 일상 속에서, 내 삶 속에서 행복을 찾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 탈 벤 샤하르는 하버드대학교에서 철학 및 심리학을 전공했고, 현재 하버드대학교에서 <행복>이라는 제목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수업은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책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와 예일대 셸리 케이건 교수의 <죽음>과 함께 아이비리그 3대 명강의로 꼽힌다고 한다. 



긍정심리학과 행복학에 관한 책이 너무 많아서 이 책도 비슷한 책일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그렇지 않았고, 오히려 긍정과 행복을 재정의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일부 자기계발 전문가들이나 긍정심리학자들은 특별한 비법만 알면 성공과 행복을 손에 넣을 수 있고, 긍정이라는 것도 무조건 현실을 긍정하는 것으로 왜곡하여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저자는 '진정한 긍정'은 어려움, 불만족, 절망, 불행 같은 고통이 끊이지 않는 현실을 직시하고 피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설명은 긍정심리학의 대척점에 있는 비관주의, 냉소주의와 다름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고통을 직시한 다음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소소한 행복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라는 것이 확연히 다르다.



"우리는 컵의 비어 있는 부분에 너무 집착해 우리 일상 속에 점점이 박혀 있는 작지만 위대한 보물들을 놓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온갖 어려움과 실망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여전히 기념할 만한 것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종종 일종의 모닝콜이나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계기는 우리의 수호천사가 마련해 줄 수도 있고, 어떤 영감에 의해 스스로 눈을 뜰 수도 있다. 지금 당장 내가 기념할 만한 것은 무엇인가? 내 인생의 긍정적인 측면, 보물, 컵의 차 있는 부분에 주목할 때, 무엇이 보이는가?" (p.149)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저자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례가 많이 제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영국 유학 시절 학년 중에서 유일하게 제적당했으나 그 덕분에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박사 과정 3년째 되던 해에는 어려운 자격시험을 앞두고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으나 그 덕분에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수용하는 법을 배웠다. 최근에는 딸과의 즐거운 추억이 담긴 사진을 아들이 없애는 바람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났으나 잘 참고 침착하게 타이름으로써 분노를 조절하는 법을 배웠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이지만 이런 일들을 통해 교훈을 얻고 행복을 느끼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점이 이 책의 최고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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