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하는 CEO - 직관의 오류를 깨뜨리는 심리의 모든 것
유정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 뒤늦게 <더 지니어스>에 빠졌다. 매회 참가자들이 저마다의 재능을 발휘하여 게임을 풀어가는 모습도 볼거리지만, 사람들이 편을 짜고 그 안에서 행동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신기하게도 늘 같은 사람들이 한 편이 되지는 않는다. 물론 그 중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상황에 맞추어 기존의 편에서 나오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불러서 새로운 편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같은 편 안에서는 반드시 팀을 주도하는 리더와 참모, 그들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 생긴다. 가령 초반부에는 차민수를 주축으로 하는 연합과 이에 맞서는 김구라의 연합이 있고, 김구라의 연합 안에는 왼팔, 오른팔처럼 움직이는 이상민과 김풍이 있었다. 그런데 차민수의 탈락으로 연합이 붕괴되면서부터는 김구라의 연합이 무너져 이상민이 따로 연합을 만들고 김구라의 팬을 자처하던 김풍마저 홍진호와 연합을 맺었다. 방송에서는 김구라의 독단적인 리더십이 연합의 붕괴와 자기자신의 탈락으로 연결된 것이라고 분석했는데, 시청자로서 보기에도 정말 그랬다. 머리도 좋고, 말도 잘하고, 참가자 중 제일 방송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지만, 언제나 다른 이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선적으로 행동했다. 김구라 스스로는 그것이 카리스마라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다른 참가자들의 마음을 얻지는 못했고, 결국 모두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더 지니어스>를 보다가 <착각하는 CEO>를 읽으니 연결되는 내용이 많았다. 저자 유정식은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와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했고, 기아자동차와 LG CNS 등 여러 기업의 컨설턴트를 걸쳐 현재는 인사 전문 컨설팅 업체와 모바일 솔류션 기업의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시나리오 플래닝>,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등의 저서를 쓰기도 한 그는 다음의 파워 블로거이자 국민TV라디오 <최동석 유정식의 경영토크>, 부산교통방송 <유정식의 색다른 자기경영>의 진행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신작 <착각하는 CEO>에서 저자는 '경영은 곧 심리'라고 역설한다. 경영학은 학문의 역사상 행정학, 경제학 등 여러 타 학문에 기반하고 있는데, 저자는 경영학이 특히 심리학과 많은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사실이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심리학에서 이미 밝혀놓았지만 경영현장에서 알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무시하는 것들, 경영상의 실수와 실패에 있어 근본원인으로 작용하는 인간의 심리적 한계 등을 살펴봄으로써 경영의 오랜 관행을 반성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 (p.16) '경영학도 어려운데 심리학까지?' 겁먹을 필요없다. 이 책은 '무임승차자의 발본색원, 가능할까?', '야근은 정말 승진에 중요할까?', '스티브 잡스는 과연 좋은 리더일까?', '연봉으로 직원들의 동기를 높일 수 있을까?' 등 평소 직장인, 경영자들이 궁금해 했을만한 일상적인 고민들을 다루고, 설명 또한 유명하고 잘 알려진 심리학 실험이 대부분이라서 내용이 크게 낯설지 않다.



<더 지니어스>와 관련해서 나는 7장 '스티브 잡스는 과연 좋은 리더일까?'의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디자인의 가치를 높였다는 점에서 스티브 잡스는 훌륭한 업적을 남긴 인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경영자로서, 상사로서도 그가 과연 훌륭했을까? 저자는 스티브 잡스처럼 카리스마 있고 나르시시스트 적인 경영자는 좋은 리더가 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반대로 유약하고 무난한 성격을 가진 경영자일수록 좋은 리더가 되기 쉽다고 평가한다. "나르시시스트가 조직의 리더가 되면 앞에서 언급했듯이 정보의 흐름을 막아 조직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와 더불어 자신의 창의력을 과대평가하여 직원들에게 강요하고, 그들 또한 그 리더의 아이디어를 참신한 것인 양 수용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조직 성과를 저해하는 경향이 있다." (p.164) <더 지니어스>에서 김구라 역시 다른 참가자들이 제시한 좋은 의견들을 묵살했고, 그러한 행동 때문에 역으로 안좋은 입장에 몰렸다. 이 때를 노려 그를 경계하던 사람들이 서로 뭉쳐 그를 밀어냈고, 결국 그는 예상보다 빠른 탈락을 맞이하고 말았다. 만약 그가 다른 참가자들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적을 많이 만들지 않았더라면 다른 결과를 맞지 않았을까? 좋은 리더, 좋은 리더십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CEO, 리더십뿐 아니라 CEO를 모시고 리더십을 직접적으로 체험하는 사람들, 즉 직원들의 멤버십, 팔로워십에 관한 내용도 나온다. "휴식과 식사시간 후에 처음 접하는 결재 건은 쉽게 승인하는 반면, 배가 고플 때 들이미는 결재 건에 대해서는 필요 이상으로 깐깐하게 굴지 모른다." ("밥 먹고 합시다!"라고 외쳐야 하는 이유, p.549) "혹시 지금 상사에게 평가 혹은 결재를 받아야 한다면, 또는 누군가와 중요한 협상을 하기 전이라면 그에게 아이스커피보다는 뜨거운 커피를 권하는 것이 좋다." (상사에게 뜨거운 커피를 권하라, p.551) 등 평소 사회 생활을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일들, 간과했던 일들이 의외로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반대로 아무 설명 없이 나에게 할당되는 일들에 어떠한 심리적인 의미나 장치가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무섭기도 하다. 저자는 '직원들의 심리를 잘 안다고 믿는 기업들의 자신만만함에 의문을 제기하려 한다'고 했지만, 직원의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심리를 조종하고 통제하는 기업을 견제해야 할 것이다. CEO라면 자신이 지금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직원이라면 CEO가 착각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보며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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