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진화론 - 인류 역사에서 찾아낸 가장 스마트한 다이어트
남세희 지음 / 민음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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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다이어트 진화론>이라서 사실 별 기대를 안했다. 부제도 '인류 역사에서 찾아낸 가장 스마트한 다이어트'. 여느 다이어트 서적의 광고 문구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날개의 저자 프로필을 보고 잘못 짚었다는 걸 깨달았다. 저자 남세희는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했으나 전공 강의실보다 체육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경계인, 흔히 말하는 '아싸(아웃사이더)'였다. 저자는 '통섭'의 정신을 살려 전공과 관심사를 결합, 인류학, 고고학, 역사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의 관점으로 다이어트를 재해석하고 상식을 깨뜨리는 책을 썼다. 인문학 좋아하고 다이어트에 관심많은 내가 어찌 혹하지 않을쏘냐! 그저 그런 다이어트 책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던 것을 후회하며 얼른 본문을 펼쳤다.



제1장부터 파격적이다. 제목은 '칼로리, 19세기 비과학의 망령'!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루에 섭취한 칼로리를 계산한다거나, 뭔가를 먹을 때마다 포장에 표시된 칼로리를 체크하며 먹을까 말까 고민한 적이 있을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그런 고민은 다이어트에 하등 도움이 안된다. 칼로리는 19세기 증기 기관 시대에 영국의 애트워터 박사가 '방구석에서' 개발한 발열량 지수로, 성별 차이나 개인별 차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세계적인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처럼 많이 먹어도 날씬한 사람이 있고,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중요한 것은 음식 자체의 열량이 아니라 대사량이다. 살을 빼고 싶다면 칼로리를 소모할 것이 아니라 체지방 분해에 집중해야 한다. 여성들이 집착하는 44사이즈의 진실은 더욱 충격적이다. 44, 55, 66사이즈는 1979년에 공업진흥청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신체검사를 기반으로 개발한 분류법이다. 즉, 지금 44사이즈를 입는다는 것은 30년 전의 신체 사이즈 중에서도 가장 작은 축에 속한다는 것을 뜻한다. 심하게 말하면 지금 기준으로 '발육이 덜 되었다'는 뜻인 것이다. 그러니 44사이즈를 입으려고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할 필요는 없다. 55사이즈도 마른 편이고, 66사이즈도 뚱뚱한 게 아니라 정상이다. 생식이나 채식도 소용없다. 인간은 잡식을 하는 동물이고, 인류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구석기 인간은 육식을 주로 했다. 인간의 본성에는 채식보다는 육식, 그것도 생으로 먹는 것보다는 불에 구운 화식으로 먹는 게 맞다. 요즘 유행하는 1일 1식, 간헐적 단식도 무의미한 짓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일본의 스모 선수들도 1일 1식을 한다. 굶었다 먹으면 '몸은 마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기세로 영양분을 흡수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p.168) 

 


그 모든 상식들이 허구이고 거짓이라면 어떻게 다이어트를 해야 할까? 저자는 'EVO(이보) 다이어트'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EVO 다이어트란 인류의 원초적인 다이어트 본능을 일깨우고 최적의 몸을 가지도록 도와주는 다이어트 방법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이보 다이어트 십계명'은 다음과 같다. 칼로리 계산하지 말고 먹어라, 배가 부를 때까지 먹어라, 다이어트에는 삼겹살이 밥보다 좋다, 소고기는 한우보다 수입산이 좋다, 채식 절대로 하지 마라, 체중계에 올라가지 마라, 유산소 운동은 필요 없다, 운동은 이틀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 운동은 한 시간을 넘기지 마라, 남자처럼 운동하면 여신이 된다. 밥 같은 탄수화물 음식을 많이 먹으면 안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채식보다 육식이 좋다는 것은 의외였다. 고기를 먹더라도 비싸서 못먹는 한우 대신 호주산 같은 수입산이 낫다는 것도 놀라웠다. 유산소 운동 대신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하라고 해서 요즘 나는 밤마다 한 시간 정도 걷던 것을 뛰는 것으로 바꿨다. 다이어트라는 게 무조건 덜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되는 줄만 알았는데 이 책을 보니 전혀 아닌 것 같다. 어떤 다이어트를 하든 간에 똑똑하게 먹고, 똑똑하게 움직여야 살이 빠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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