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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림책 - 조금 덜 죄짓는 선생, 조금 덜 나쁜 엄마, 조금 덜 그악스러운 사람으로 나를 잡아 준 힘
최은희 지음 / 낮은산 / 2013년 6월
평점 :
'편하다'는 말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몸이나 마음이 거북하거나 괴롭지 아니하여 좋다.', '쉽고 편리하다' 등이 나온다. 그렇다면 '불편하다'는 것은 '몸이나 마음이 거북하거나 괴롭다', '어렵고 편리하지 않다'는 뜻이리라. 편한 것은 좋다. 사람도 편한 사람이 좋고, 옷도 편한 옷이 좋다. 집은 가족들에게 편한 곳이어야 한다. 음식도 만들기 편한 음식이 자주 먹게 되는 법이다. 그러나 편한 것만 취하며 살 수는 없다. 대하기 불편한 사람도 만나야 하고, 입기 불편한 옷도 필요에 따라서는 입어야 한다. 집이 지내기 불편한 곳이 될 때도 있다. 만들기 불편한 음식도 만들어 먹어야 할 때가 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은 편한 것을 포기할 줄 알고, 불편한 것을 감내하게 될 수 있게 되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편함보다는 불편함이, 나를 성장하게 하고 성숙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림책>의 저자 최은희는 그림책을 통해 '불편함'을 느끼며 성장하고 성숙해왔다고 고백한다. 오월문학상으로 등단한 시인인 저자는 현재 어린이문학을 강의하는 초등학교 교사이자 각각 중학생, 고등학생인 두 아들의 어머니로 바쁘게 살고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각대장 존>,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민들레 사자 댄디라이언>, <버리데기> 같은 그림책을 어른이 되어 다시 읽으면서 인간으로서, 여자로서, 어머니로서, 교사로서 경험한 것과 느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가령 <지각대장 존>을 통해서는 겉으로는 이상에 찬 교사처럼 보이지만 학생들을 대할 때면 보통의 '꼰대' 같은 교사로 변하는 자신에 대해 반성하고,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통해서는 386세대로서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는 교육을 해야한다고 믿으면서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성적이 좋지 않으면 여느 극성 부모들처럼 변해버리고 마는 것을 고백한다. <버리데기>를 통해 저자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대목이 특히 슬펐는데, 이런 식으로 과거의 트라우마라든지 심리적 상처를 발견하고 치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화는 어른들도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아야 할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교사도 아니요, 학부모도 아니지만, 크고 작은 사건에 번민하고 갈등하는 저자를 보며 나를 보는 듯 했고, 좌절하고 괴로워하면서도 반성을 통해 다시 일어나는 저자의 품성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살면서 이런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면 큰 축복일 것 같고, 저자같은 어머니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아이에게 '옳다, 그르다'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그 자신도 편한 것만을 택하고, 젊은 세대에게마저 편한 것을 택하라고 강요하는 어른들이 다수인 이 세상에서, 저자처럼 불편함을 감내하는 어른을 만나서 참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