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나이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2>는 고든 리빙스턴의 첫 국내 출간작 <너무 일찍 나이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의 후속작이다. 형식과 내용 모두 비슷하지만, 고든 리빙스턴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 하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인간 내면의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이 책에서 나는 '분노'라는 단어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자신의 삶에 불만을 가지게 되는 이유가 바로 분노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인간 관계도 훨씬 원활해지고 삶에 대한 자세도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러한 분노의 감정 뒤에 숨은 진짜 감정의 실체입니다. 그것은 바로 두려움과 불행입니다. 이 두 가지 감정은 나약함에서 비롯되며 견뎌내기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화를 내고 원망을 하는 것입니다. 화를 낼 상대가 있기만 하면 마음껏 분노를 폭발하고 자신이 느끼는 불행에 대한 책임을 그 사람에게 떠넘기곤 합니다." (pp.89-90)
분노는 대인관계뿐 아니라 사회적 태도에 있어서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인터넷 상에서만 하더라도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이나 커뮤니티 등에서 분노로 활활 타오르는(!) 글 또는 댓글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표현의 자유는 인정되어야 하고 비판적인 내용의 글이 토론 문화의 발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무조건적인 편가르기와 흑색선전, 인신공격, 비판을 위한 비판 등 볼썽사나운 내용은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 아니면 저것이다, 혹은 이기지 않으면 진다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면 현실에 존재하는 많은 문제들 앞에서 무능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현실의 문제들 대부분은 흐릿한 회색으로 채색되어 있어 흑이다 백이다 단정지어 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p.143)
최근들어 종교로 인한 사회적 갈등 문제도 심심찮게 제기되는데, 이것에 대해서도 인용할 만한 구절이 있다. "만일 이 세상 너머에도 삶이 있다면 그곳은 우연한 출생이나 종교에 따른 편 가르기를 허용하는 장소는 아닐 것이라고 말입니다. (중략) 나는 개인적으로 겸손과 관용에 중점을 두는 신앙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기본 교리는 신앙심보다 선행에 가치를 두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기본 계율은 "그대의 종교를 혼자 간직하라."는 것이 되겠지요." (pp.216-7) 나는 비단 기독교, 불교 같은 공식적인 종교뿐 아니라 취향이나 성향, 태도 같은 것도 하나의 믿음 체계로서 '종교'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러한 믿음을 남에게 강요하고, 그것을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를 편 가르기 하는 것이다. 내가 느끼는 분노를 다스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남에게 분노를 살 만한 행동을 하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