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 시오리코 씨와 미스터리한 일상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2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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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의 인기는 여전하다. 일본에서는 3부가 절찬리에 발매되었고, 국내에서도 1부와 2부 모두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르며 라이트 노벨로서는 드물게 넓은 독자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나 역시 1부와 2부를 단 이틀 동안 읽어치우며(?) 뒤늦게 <비블리아>의 인기에 편승했다. 



이 작품의 매력은 무엇인가? 첫째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서평에 쓴 것처럼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주인공 다이스케도 좋지만, 소설의 배경인 헌책방의 주인이자 실질적인 히로인인 시오리코의 매력은 단연 압권이다. 검은 생머리와 흰 피부가 매력적인 그녀는 늘 안경을 쓰고 책에 파묻혀 생활한다. 책 이야기 외에는 관심도 없다. 책을 좋아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거나 동경할 것이고(나는 공감보다 동경쪽이다 ^^), 책을 좋아하는 남성이라면 이런 여성을 한번쯤 이상형으로 꿈꿔보지 않았을까? 게다가 그녀는 고서와 관련된 사건을 책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척척 해결하는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인 데다가, 그녀의 인생 자체가 미스터리 투성이다. 사건이 하나씩 해결될 때마다 그녀의 비밀도 하나씩 밝혀지지만, 그만큼 궁금증도, 호기심도 늘어난다. 미스터리 소설의 주인공으로서는 셜록 홈즈 급의 마성을 지닌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는 '책에 대한 책'이라는 점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책에 대한 책도 좋아한다. 1부에는 나츠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 등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들의 작품들이 등장하고, 2부에는 장르를 넓혀 소설뿐 아니라 비문학 작품과 국내에도 잘 알려진 <도라에몽>의 작가 후지코 후지오의 작품이 나온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전부가 이 책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일본문학과 일본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지식과 재미를 둘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시오리코와 다이스케의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는 러브 라인이다. 이 소설은 장르상 '라이트 미스터리 노벨'로 분류되는데, '미스터리'가 추가되었다는 점만 제외하면 보통의 라이트 노벨과 크게 다르지 않다. 라이트 노벨은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10대에서 20대 초반의 남성이 환상에 가까울 만큼 이상적인 여인을 만나 특이한 사건들을 겪으며 사랑을 키워나간다는 식의 줄거리인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은 지극히 일반적인 라이트 노벨의 줄거리를 따른다. 그래서 미스터리 소설이기는 하되 많이 어렵지 않고, 연애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흥미를 가지고 읽기에 좋다. 무엇보다도 헌책방 주인인 시오리코는 설정상 책만 읽느라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본 것으로 추측되는데도 다이스케를 너무나 잘 '조련'한다. 다이스케에게 마음을 주지 않으면서도 다이스케로 하여금 포기하지 못하게 빌미를 만드는 그녀의 '기술'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실천은 별개라는 거......)



책을 좋아하다보니 인터넷 중고샵도 애용하고 오프라인 헌책방에도 종종 들르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부터는 헌책방에 들르는 마음과 중고책을 대하는 자세가 사뭇 달라졌다. 시오리코의 말대로 책 한권 한권에는 어떤 사람의 인생과 사연이 담겨있을 터. 고서는 그저 낡은 책이 아니라, 그 책을 아끼고 사랑한 사람의 마음이 담긴 투영물이자 그 사람의 살아온 궤적이 담긴 역사인 셈이다. 내가 읽고 소장하고 있는 책들은 나의 어떤 마음을 담고, 어떤 삶의 일면을 보여줄까. 할 수만 있다면 시오리코 씨에게 감정을 받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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