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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시오리코 씨와 기묘한 손님들 ㅣ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1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2월
평점 :
올해 초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라는 드라마가 일본에서 방영되었다. 2012년 일본도서 랭킹 1위에 오른 인기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라서 방영전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으나 마지막회가 방송사의 그 시간대 드라마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을 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인기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고 해서 드라마의 인기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서점 대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을 정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가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기현상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일드 팬으로서 궁금한 마음에 드라마를 보려다가 먼저 원작 소설을 읽어보았다.
저자는 <다크 바이올렛>으로 데뷔한 라이트노벨 작가 미카미 엔이다. 라이트노벨은 젊은 남녀의 로맨스를 위주로 하는 가벼운 느낌의 소설인데, 이 소설은 라이트 노벨에서 조금 더 세분화된 '라이트 미스터리 노벨'이라고 한다. '미스터리'라는 단어가 추가된 것 말고는 라이트 노벨과 장르상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야기는 어린 시절의 어떤 사건으로 인해 책을 읽지 못하게 된 주인공 다이스케가 취업에 실패하고 동네에 있는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일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 헌책방의 주인은 다이스케보다 연상인 시오리코라는 여성으로 검은 긴생머리가 매력적인 안경 미소녀이지만 책 말고는 아무 것에도 관심이 없다. 그런 두 사람이 몇 가지 사건을 고서에 얽힌 사연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해결해가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일단 분위기가 유쾌하고 문장이 어렵지 않아서 킬링타임 용으로 읽기에 좋다. 가마쿠라(도쿄에서 전철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해안 도시)가 배경이라서 그 고장의 정경을 아는 사람으로서 장면을 떠올리기가 한결 수월했다. (참고로 가마쿠라는 만화 <슬램덩크>의 배경이다.) 무엇보다도 시오리코와 다이스케의 외모가 무척 매력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이 둘의 모습을 상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오리코는 한 번 본 사람도 잊을 수 없을 만큼 미인이고, 다이스케는 오랫동안 유도를 해서 몸이 매우 건장하다는데, 그런 두 사람이 비좁은 헌책방 안에서 몸을 부대끼며 일한다? 설정만으로도 로맨스가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것 같다. (^^) 게다가 시오리코는 외모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책에 대해서도 해박해, 그 지식을 활용하여 현장을 보지도 않고 미스터리 사건들을 척척 해결한다. 주인공 두 사람이 워낙 매력적이라서 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즐거웠다.
그런데 이런 소설일수록 드라마나 영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리메이크될 경우 실망감을 불러일으키기가 쉽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이 소설은 내용이나 형식만 보면 드라마화 또는 애니메이션화 되기에 매우 적절하다. 비슷한 케이스로 <수수께끼는 저녁식사 후에>가 있는데, 이 소설 역시 내용이 가볍고 유쾌해서 드라마로 만들기에 좋았고, 실제로 드라마화 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곧 영화로도 제작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주인공의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약했던 반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은 과연 이런 사람이 실재할까 싶을 만큼 주인공들이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져서 드라마화 되었을 때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준 것이 아닌가 싶다. (일단 여주인공이 긴머리가 아니다......) 찾아보니 캐스팅에 대한 논란이 방영 전부터 있었던 모양인데, 어떤 배우가 했든지 간에 소설 속 시오리코와 다이스케의 느낌을 표현하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그러나 소설 자체는 매우 매력적이고 재미있으므로 드라마의 인기와 상관없이 시리즈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고로 D&C BOOKS는 빨리 3권을 발매하라! 안 그러면 원서로 읽을테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