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경제학
폴 크루그먼 지음, 안진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폴 크루그먼의 저서 중 <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에세이>, <경제학의 진실>,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에 이어 네 번째로 읽은 책이다. 원래는 <경제학의 진실>을 읽은 다음에 바로 읽었어야 순서가 맞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신간인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를 읽은 다음에 2008년에 나온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굳이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순서대로 읽는 편이 좋았을 것 같기 때문이다. <불황의 경제학>은 2008년 미국 경제위기 당시에 나온 책으로, 그 때만 해도 미국 경제가 전세계로 전파될 조짐이 보이지 않았고, 불황의 늪에서 빨리 빠져나올 줄 알았다. 그러나 알다시피 세계 경제는 아직도 휘청거리고 있고, 불황 역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보다 못한 폴 크루그먼이 쓴 책이 신간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인 것이다. (빨리 끝내라고!) 이러한 맥락을 알고 두 책을 읽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이 책의 원제는 <The return of depression economics and the crisis of 2008>이다. 해석하면 '불황 경제학의 복귀와 2008년의 위기'쯤 되겠다. 불황 경제학이라는 말이 학문적으로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의 맥락으로 봤을 때 90년대 미 클린턴 행정부 당시 그린스펀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이 진두지휘한 미국의 호황 경제에 대비해 2008년 당시의 침체된 경제 상황에 필요한 경제학을 일컫는 말인 것으로 짐작된다. 불황경제학의 예로서 저자는 1930년대 대공황을 비롯하여 80년대 라틴 아메리카 위기, 90년대 일본의 침체, 아시아의 금융 위기 등을 든다. 각각의 사례를 통해 저자는 궁극적으로 그 나라의 경제 상황이 펀더멘탈과는 무관한 흐름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비즈니스 사이클 상의 불황은 한 경제의 근본적인 강점이나 약점과는 거의 혹은 아무런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튼튼한 경제에도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p.30)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여러가지가 있지만, 저자는 그 나라 정부와 정책에 대한 신뢰도, 미래에 대한 기대감, 국가 브랜드 등 이미지, 트렌드 등 경제 외적인 요소 역시 비중있게 다룬다. 경제학자가 경제 외적인 요소를 강조한다는 게 생뚱맞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가 유효수요가 중요하다고 보는 케인지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타당한 귀결일지도 모르겠다. 신뢰도, 기대감, 이미지, 트렌드 모두 수요로 연결되는 변수들이기 때문이다.



불황을 타개하는 대책에 대해서도 저자는 케인지언답게 유효수요 증가가 답이라고 말한다. 통화를 팽창시키고, 정부지출을 늘리는 것 - 요즘 유행하는 말로 양적완화다. 이러한 주장은 신간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에서도 되풀이 된다. 약 5년이 흘렀는데 아직도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 정부를 보며 폴 크루그먼이 얼마나 답답하고 애가 탔을지 상상이 간다. (오죽하면 제목을 그렇게 지었을까? 우리말 제목만 이렇게 강렬한 것이 아니라 원제 역시 'End this depression now!'다.) 비록 먼저 읽기는 했지만 <불황의 경제학>을 읽고나서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를 다시 읽으면 새롭게 발견하는 내용이 많을 것 같다. 마침 요즘 세계경제가 들썩들썩한데 조만간 꼭 다시 읽어봐야지.  



불황경제학은 공짜 점심이 있는 상황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공짜 점심에 손을 대는 방법만 알아내면 된다. 사용할 수 있는데도 사용하지 않는 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케인스의 세계에서 진정으로 부족한 것은 자원이 아니지 않은가. 심지어 미덕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이해다.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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