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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의 재발견 - 1년 내내 계획만 세우는 당신을 위한 심리학 강의
피어스 스틸 지음, 구계원 옮김 / 민음사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미루는 습관'인 모양이다. 얼마전에 읽은 <왜 살찐 사람은 빚을 지는가>에 이어 이번에 읽은 <결심의 재발견> 역시 미루는 습관에 대한 책이다. '미루는 게 뭐 어때서?' 하는 생각도 들지만, 미루는 습관이 심각해지면 흡연, 음주, 비만, 돈 문제 등 인생을 망치는 경우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작은 것이라도 미루는 습관이 있으면 고칠 수 있을 때 빨리 고치는 것이 나중에 생길 수 있는 큰 문제를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왜 살찐 사람은 빚을 지는가>가 미루는 습관에 대해 행동경제학 차원에서 분석한 책이라면, <결심의 재발견> 은 조직심리학 차원에서 분석했다. 저자 피어스 스틸은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심리학과 경영학을 공부했으며 현재 캐나다 캘거리 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로서 조직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연구를 '늑장심리학'이라고 명명하고 스스로(!) 이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가 되었다. 늑장심리학은 말 그대로 사람이 늑장을 부리는 이유, 즉 미루는 이유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이다. 이 책에는 제목을 '늑장의 재발견'으로 지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늑장'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오는데, 그 까닭은 저자가 늑장심리학의 대가이기 때문이리라.
이 책은 크게 늑장을 부리는 이유에 대한 설명(1부 '늑장에 대한 모든 것')과 늑장 부리는 습관을 극복하는 방법(2부 '늑장을 이기는 기술')에 대한 설명으로 나누어진다. (3부 '실전! 결심의 재발견'은 1,2부 내용이 총정리 되어 있다.) 사람들이 늑장을 부리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게을러서, 귀찮아서 늑장을 부리기도 하지만, 완벽주의 때문에, 실패하는 것이 두려워서,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가치가 없다고 여겨서 등등의 이유로 늑장을 부리는 경우도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늑장을 부리는 사람보다 늑장 부리지 않는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다못해 늑장을 부리다가 숙제를 제때 못 내거나, 시험 공부를 미루거나, 학위 취득을 못루거나, 일을 못하는 것보다는 반대의 경우가 훨씬 낫다. 재테크 역시 마찬가지다. 재테크에 있어 전설처럼(?) 전해지는 비법 중 하나인 '복리의 마법'은 적은 돈이라도 일찍 예금하는 것이 큰 돈을 늦게 예금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준다. 늑장을 부리지 않는 것은 곧 시간을 아껴쓴다는 것이다. 시간이 금이고 돈이라는 것을 안다면, 시간을 금처럼 돈처럼 아껴쓰고, 늑장을 부리지 않는 게 맞지 않을까?
즉각적인 만족감을 얻으려면 나중에 받을 수 있는 더 큰 보상을 희생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늑장은 마치 감정적인 신용 카드를 계속 사용하는 것과 같다. 지금 돈을 낼 필요는 없지만 나중에 지불 만기일이 돌아오면 복리 이자까지 부담해야 한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게임, 인터넷 서핑, 수도쿠 퍼즐과 같은 사소한 즐거움에 빠져 시간을 낭비하다가 결국에는 아무 일도 못하게 된다. 이는 바로 후회의 지름길이다. (p.134)
그렇다면 늑장을 부리는 습관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책에 제시된 여러가지 방법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무리 작은 성공이라도 기록을 하라는 것이다. 이른바 '성공의 선순환'이다. "요령은 작은 일부터 시작하여 점진적인 발전에 주목하면서 버겁고 두려운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작은 일로 나누는 것이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속담처럼, 어려운 프로젝트를 쉽게 할 수 있는 여러 단계로 나누어 의도적으로 일찌감치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계획한다." (p.168) 작은 성공으로 인한 점진적인 변화를 인식할 수 있도록 일기나 스케줄러에 매일 성과를 기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얼마 전에 소개한 책 <칭찬일기>를 응용하는 것도 좋겠다.)
늑장을 부리면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불편하다. 예를 들어 시험 공부를 안하면 당장은 편하고 놀 수 있어서 즐겁지만, 마음 한 켠에는 시험 공부를 해야 하는데 안 하고 있다는 부담감이 계속 남아있게 되고, 이 부담감은 결국 스트레스가 되고 짜증, 우울증, 불안감 등이 된다. 내가 지금 힘들고 불안하고 우울한 이유, 어쩌면 뭔가 해야할 일이 있는데 하지 않고 미루고 있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내 생활과 내 습관에 대해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