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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처럼 여행하는 법
알베르트 카잘스 지음, 김현철 옮김 / 갤리온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휴가철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여행에 관한 책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요즘 나오는 여행서들은 사진이나 그림 등 볼거리가 풍성하고 디자인도 훌륭해서 한 권의 사진집 또는 화보집을 연상케한다. 그러나 볼거리가 늘어난만큼 읽을거리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90년대에 여행서 열풍을 선도했던 한비야의 <바람의 딸> 시리즈만 해도 사진은 거의 없고 글 위주여서 독자로 하여금 많은 것들을 상상하게 하고 로망을 가지게끔 했는데, 최근의 여행서들은 책만 봐도 그곳에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자세하고 생생하게 소개가 되어 있어서 오히려 여행할 의욕을 떨어뜨리는 감이 없지 않다.
그런 면에서 <히피처럼 여행하는 법>은 과거의 여행서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요소가 많다. 저자 알베르트 카잘스는 1990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청년이다. 그는 다섯 살 때 앓은 백혈병 때문에 휠체어를 타게 되었지만 이러한 신체적 장애에 굴하지 않고 열여섯 살 때부터 이탈리아, 그리스, 영국, 태국, 싱가포르, 일본 등 수많은 나라를 혼자서 여행했다. 책에 사진이나 그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 당시에 썼던 일기로 추정되는 글이 대부분인 데다가, 소년이 쓴 글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만큼 글솜씨가 훌륭해서 오랜만에 여행서(書)다운 여행서를 읽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는 데에는 그에 따르는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는 법이에요. 그게 노력이든 고통이든 상실이든 말이죠. 해보지도 않고 못했다는 것은 결국, 하고 싶은 일에 대가를 치르기 싫었다는 뜻이니까요." (에필로그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꿈꾸지만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말이 안 통해서, 나이가 많아서(또는 적어서), 체력이 약해서 등등의 이유로 포기하거나 미룬다. 그렇다며 이 소년은 어떤가. 여행 당시 그는 학업으로 바쁜 고등학생 신분이었고, 학생이라서 당연히 돈이 없었고, 혼자였으며, 할 줄 아는 언어라고는 모국어인 스페인어뿐이었고, 미성년자였고, 휠체어 신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모든 난관을 스스로 해결하며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올 여름, 인생 최초의 여행, 색다른 여행, 여행다운 여행을 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