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서 이기는 관계술 - 사람도 일도 내 뜻대로 끌어가는 힘
이태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기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 아니 동물의 본성인지라 교육이나 자본주의의 영향을 받지 않은 아이들조차도 지면 울음을 터뜨리고 분해한다. 그런데 모두가 이길 수는 없는 것이 세상사다. 이기는 사람이 있으면 지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이긴 사람도 때로는 질 수 있고, 진 사람도 언젠가는 이길 수 있다. 이기는 것만 좋아하고 지는 것을 싫어하다가는 스트레스와 좌절감 때문에 살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이기는 때보다 지는 때가 더 많은 보통 사람들은 이기는 방법을 배우는 것보다 지고나서 빨리 회복하는 방법 또는 지면서 이기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훨씬 나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한번 승부가 펼쳐지게 되면 승부 자체에만 집중하지 승부 이후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략) 조카 아이와의 부루마블 게임에서 이겼다고 흥에 겨워 방방 뛰는 삼촌이나, 재미로 하는 부하직원과의 고스톱에서 돈을 땄다고 뛸 듯이 기뻐하는 상사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승부가 끝난 후 아이들과 부하 직원의 기분은 과연 어떨까요?" (p.8) 


<지면서 이기는 관계술>은 사실 자칫 비판적으로 볼 뻔했던 책이다. '관계술'이라는 단어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일종의 기술이나 책략, 전술 같은 수준으로 낮잡아보는 뉘앙스를 주었기 때문이다. 나같은 독자들이 있을줄 예상했는지, 친절하게도 저자는 말머리에 책의 핵심을 적어두었다. "이 책의 제목은 '지면서 이기는 관계술'인데요, 여기서 방점은 '지면서 이기는' 혹은 '이기는'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술'에 있습니다. (중략) 관계에서는 지는 것도 이기는 것도 없습니다. 굳이 이긴다는 표현을 쓴다면 양쪽 모두 이길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관계술의 핵심입니다." (p.7) '지면서 이긴다'는 말도 매력적인데, 방점은 '관계술'에 있다니 더욱 놀랍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이 다 '같이 잘 살자'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점을 놓치는 자기계발서들이 이제까지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기존의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내용이 아닐까 기대하며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저자 이태혁은 SBS TV <스타킹>에 출연해 카드를 이용한 심리 게임을 선보인 바 있는 천재 포커다. 프로겜블러였던 그는 최근에 강사로 변신하여 상대의 속마음을 읽고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원하는 것을 얻는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다. 그의 강연은 특히 고객의 마음을 빠르게 읽어야 하는 세일즈맨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하는데, 그의 강연을 듣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앞서 강조한대로 책의 핵심은 '관계술'이고, 정확히는 관계를 잘 형성하기 위해 일부러 져주고, 지면서도 이기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저자는 관계술을 총 네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는 '나를 버리고 상대를 얻는 관계술'이다. 동반의존증, 방석형 인간, 겉맞추기 원리 등 어려워 보이는 개념이 줄줄이 등장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가령 동반의존증은 사랑이나 우정 등 관계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중독되어버리는 인간형을 말하고, 방석형 인간은 깔고 앉는 방석처럼 남들에게 깔리는 신세가 되는 것을 자처하는 인간형을 말한다. 이들은 나를 버리기만 할뿐 상대를 얻지 못하며, 심지어는 상대에게 이용당하다가 나를 망치기까지 한다. 상대를 존중하면서 나를 지키는 것이 관계술의 첫번째 단계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둘째는 '상대의 힘을 내 힘으로 만드는 관계술'이다. 상대의 힘을 내 힘으로 만든다고 하면 카리스마 같은 위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그것은 진정한 관계술이 아니다. 유머나 칭찬 등을 통해 상대가 저절로 나에게 힘을 보태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카리스마다. 예를 들면 국민MC 유재석처럼 유머를 적절히 구사하고 여러 사람의 개성을 살려주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인정받으며 리더까지 될 수 있다. 


셋째는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희생하는 관계술'이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또는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NO(또는 YES)'라고 말하고 싶은데 'YES(또는 NO)'라고 말해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럴 때 내 자존심이나 양심을 지키자고 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한다면 고지식하다, 융통성 없다, 사회성이 부족하다 등의 핀잔을 듣게 된다. 이럴 때에는 상대의 말을 들어주고 의견을 받아주는 것이 오히려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당장 부드러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뿐 아니라, 상대에게 마음의 빚을 지움으로써 내 패를 늘리는 이득도 얻을 수 있다. 마지막 넷째는 '나도 이기고 상대도 이기는 관계술'이다. 업무에서든, 연인 또는 친구 관계에서든 내가 원하는 것만 줄창 요구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먼저다. 약점을 들추는대신 감싸주고, 지배욕을 통제하는 대신 인의로 사람을 대하고, 상대가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에 귀기울일 때 나의 감정도 훨씬 편안해지고 원하는 것도 얻을 수 있다. 


여러가지 기술이 나오지만 궁극적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만사의 핵심이 인간관계라는 것이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학교에서 처음 친구를 사귀던 때를 떠올리며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해보자. 업무가 잘되는 것은 물론이고, 운좋으면 마음도 잘 맞고, 심지어는 평생토록 같이 가는 사람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돈을 버는 것도, 일을 하는 것도 결국에는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해서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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