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편력기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 지식여행자 8
요네하라 마리 지음, 조영렬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요네하라 마리가 쓴 책 중 열한번째로 읽은 책이다. 그녀의 책이 대개 그렇듯이, 이 책도 다른 책들과 겹치는 부분이 매우 많다. <차이와 사이>, <미녀냐 추녀냐> 등의 주제이기도 한 통번역과 언어에 관한 이야기, <교양노트>, <미식견문록>에 실린 여러 나라의 문화 차이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러시아 통신>에 소개된 러시아의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방일했을 때의 일화라든가, <대단한 책>에 소개된 바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 <팬티 인문학>에 실린 글을 신문에 연재할 당시의 이야기, <인간 수컷은 필요없어>에 소개된 바 있는 그녀의 반려견, 반려묘에 얽힌 이야기, <발명 견문록>의 뒷이야기라 할 수 있는 그녀의 건축에 대한 열정과 관심에 대한 이야기, 소설 <프라하의 소녀시대>의 뒷이야기와 대담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요네하라의 팬인 나는 하나도 지겹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책을 통해 알고 있던 그녀의 모습과 살아온 이야기에 살을 붙이는 기분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제목의 '편력'기라는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내용이 잡다한 편이다. 단골 주제인 여러 나라의 문화 차이와 언어 차이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일본 정부와 사회에 대한 비판, 동물 이야기, 어린 시절의 추억 등 여러가지 주제를 다룬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 중에서도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야기는 요네하라의 개인적인 이야기다. 지주의 아들 출신이면서 스스로 공산당원이라는 가시밭길의 삶을 택한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존경, 그리고 그토록 이성적이고 냉철했던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면서 아이 같은 성격으로 바뀌고 자신에게 의존하면서 생긴 변화 등 감동적인 이야기들이었다. 통번역가이자 저널리스트, 작가로서 남들보다 두세배는 바쁜 생활을 했고, 남는 시간에도 하루에 수십권의 책을 읽어치울만큼 독서에 몰두하고 공부에 심취하느라 비록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았지만, 딸로서 충실했고, 언니로서, 여러 마리의 동물의 반려자로서 성실하게 살았던 그녀의 삶을 떠올리면 자연히 머리가 숙여진다. 독설의 대가, 엄청난 지식의 소유자라고 불렸던 그녀. 그러나 그녀가 쓴 글을 보면 누구보다도 마음이 따뜻했고, 자신의 예민한 감성과 지식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쓰이기를 간절히 바랐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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