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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기심, 꿈을 쏘는 힘
김성완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3년 5월
평점 :
어린 시절 나는 <데굴데굴 세계여행> 이라는 책을 굉장히 좋아했다. 일곱 살, 여덟 살 정도의 어린 아이가 보기에도 세계를 여행한다는 게 매력적이고 즐거운 일처럼 보였던 모양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비슷비슷해 보이는 나라들이 저마다 역사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게 재미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다가,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취재하는 PD가 되고 싶었다가, 외교관이 되고 싶었다가, 결국에는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되었으니 어린 시절의 꿈을 대강 이룬 셈이다. 나와 달리 어린 시절 로보트나 초능력자가 나오는 만화영화를 좋아했거나 스타워즈 같은 공상과학 영화를 좋아한 사람들은 나중에 이과에 진학하거나 과학을 전공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장난감 로보트를 가지고 놀다가 공학을 전공하게 되거나, 초능력을 가지고 싶어하다가 의학이나 생물학에 눈을 뜨는 식으로 말이다. 소위 말하는 인류를 구원할 발명품을 만든다든가, 사람을 구하고 싶다든가 하는 멋진 포부의 밑바탕에는 그러한 어린 시절의 호기심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
<1% 호기심, 꿈을 쏘는 힘>의 저자 김성완 박사 역시 어린 시절 <600만불의 사나이>, <소머즈>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과학도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후 NASA의 기술로 인조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600만불 사나이',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있는 놀라운 청력을 가진 '소머즈'를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그는 과학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공부하여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에 진학했고, 미국 UCLA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전세계 과학자들의 꿈의 전당이라 할 수 있는 NASA에 입성했다. 과학자로서 최고의 코스만 밟은 그의 성공의 원동력이 어린 시절에 본 드라마라니 재미있고 또 감동스럽다. 어렸을 때 만화나 영화를 보면서 상상하고 꿈을 키우는 사람을 많지만,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사람을 많지 않다. 그러나 그는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호기심을 바탕으로 공학과 의학, 항공우주학 등을 결합한 '항공우주의학' 분야의 선구자가 되었다. 정말 대단하다.
"600만 불의 사나이를 만들어 내겠다는 '소년 김 박사'는 대학원 전공 과정과 연구원 과정을 통해 이 연구의 실체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으며, 어느 이론이 현실에 적용 가능한지 아닌지를 마음껏 실험해 볼 수 있었다. 연구 및 실험 자체의 어려움에 지쳐 어릴 적 꿈을 꿈으로만 남겨 주었다면, 그래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 연구에만 몰두했다면 오늘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pp.99-100) 저자는 오랫동안 꾸준히 공부하며 한가지 목표에 집중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학창시절에는 학교 공부에 최선을 다했고, 학부와 대학원에서는 주어지는 과제에 최선을 다했다. 남들이 돈이나 사회적 명성에 이끌릴 때에도 저자는 자신의 목표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았다. 때로는 공부가 힘들고, 유학 시절에는 타지에서 외로움도 많이 느꼈고, 취업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오랜 시간 천천히 목표를 향해 다가간 끝에 자신의 꿈을 성취했다. 성공한 인물의 자서전이라고 하면 평범하지 않을까, 너무 교훈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쉬운데, 이 책은 일반적인 자서전과 차별화되는 내용이 많고, 우리 사회의 관습이나 고정관념을 타파하고자 하는 개혁적인 뜻이 엿보여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