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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2011년 대한민국을 휩쓴 소설 하면 단연 정유정의 <7년의 밤>을 떠올릴 것이다. 정유정 작가는 2007년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제 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09년 <내 심장을 쏴라>로 제 5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후 일체의 작품 발표 없이 집필에 몰두하여 탄생한 소설이 바로 <7년의 밤>이다. 이 소설은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유력 언론매체를 비롯하여,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알라딘 등 4대 인터넷 서점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2011년 최고의 소설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작가의 세번째 장편소설인 셈인데, 세번 만에 이만한 대형 베스트셀러를 냈다는 것이 대단할 따름이다.
소설은 7년 전 온 나라를 공포에 휩싸이게 한 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된 남성의 아들 '서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세령호의 재앙'으로 알려진 이 살인 사건에서 피의자는 이웃집 소녀뿐 아니라 자신의 아내까지 잔혹하게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서원은 그 역시 어머니를 잃은 피해자이건만 피의자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미치광이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오명을 쓰고 7년 동안 세상 밖에서 떠돌아야 했다. 아버지를 저주하며 살던 서원에게 어느 날 의문의 상자가 도착했다. 상자 안에는 7년 전 사건의 전말과 진실이 담겨 있었다. 아버지가 정말 살인마인지, 그의 배후에는 누가 있었는지, 소녀는 왜 죽었고 어머니는 어떻게 죽었는지 등을 추적하던 서원은 이튿날 아버지의 사형이 집행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혼란에 휩싸인다.
소설에 등장하는 두 아버지 최현수와 오영제는 사회의 기준에 따르면 각각 악인과 선인, 가해자와 피해자로 분류된다. 그러나 사회적인 기준과 인물의 본질은 달랐다. 이 소설은 과연 사회적인 기준에 따른 평가가 인물의 본질과 얼마나 일치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부정이란 과연 무엇이며, 무엇을 기준으로 그것을 정이라 하고 폭력이라 하는지에 관해 문제를 제기한다. 살인사건의 전말을 파헤쳐간다는 줄거리 때문에 언뜻 추리소설 같기도 하지만 이러한 주제와 문제 의식 때문에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소설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소설은 일반적인 여성작가들의 소설뿐 아니라 기존의 한국소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많다. 박범신 작가는 이 소설을 두고 "괴물 같은 '소설 아마존'이다"라고 평가한 바 있는데, 왜 이런 말씀을 하셨는지 책을 읽어보니 이해가 되었다. 이야기의 전개가 매우 빠르고 분위기가 역동적이라서 거대한 강물에 휩쓸리듯 이야기에 빨려들었고, 작은 마을이라는 무대와 얼마 안 되는 등장 인물을 가지고도 스케일이 거대한 소설을 썼다는 점이 놀랍기 그지없다. 악인에 대한 묘사가 구체적이고 사회적인 의식까지 담겨 있다는 점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과 닮았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중 다수가 영화화 되었는데 <7년의 밤>도 영화화되었으면 좋겠다. 영상화되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소설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