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의 온도 - 조진국 산문집
조진국 지음 / 해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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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는다. 많이 봤자 일 년에 한두 편 보는 수준인데, 그것도 화제가 되는 작품 중에서, 그 중에서도 뭔가 독특하다든가 참신하다든가 하여 마니아층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작품만 골라서 보는 정도다. 몇 년 전 MBC에서 방영한 드라마 <소울메이트>도 그렇게 까다롭게(?) 고르고 고른 끝에 본 작품 중 하나다. 밤늦은 시간에 편성된 걸 보면 방송사 측에서 큰 기대를 한 작품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신선한 연출과 독특한 줄거리, 젊은층의 감성에 맞는 OST가 화제가 되면서 마니아층을 형성했고 그 시간대 드라마로는 드물게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그 때 막 대학생이 된 참이었던 나는, 이십대 초반의 풋풋한 감성에 호소하는 게 있었는지, 이 드라마에 유난히 푹 빠졌다. 매일같이 OST를 듣고, 등장인물들의 꼬이고 꼬인 관계를 나름대로 해석해 보고, 낮에는 친구들과, 밤에는 인터넷 드라마 커뮤니티에서 '솔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열을 올렸다. 그랬던 기억이 어느새 추억이 되어 가물가물한 걸 보면 세월이 참 많이 흐른 모양이다.


<소울메이트>의 작가 조진국 님의 에세이가 나왔다. 제목은 <외로움의 온도>. 드라마 <소울메이트>와 <안녕, 프란체스카>가 소위 말하는 '대박'을 친 이후 영화 각본, 각색에 참여했고 <고마워요, 소울메이트>,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키스키스 뱅뱅!>, <소울푸드> 등의 책을 쓰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약하셨다고 한다. 긴 프로필 중에서도 작가님이 신문사 교열부 기자 출신이고 늦은 나이에 작가로 데뷔, 음악 작가로도 활동하셨다는 부분에 눈길이 갔다. <소울메이트>에서 여주인공 직업이 신문사 교열부 기자이고, 남주인공 직업이 음악 작가가 아니었던가? 그토록 좋아했던 드라마 <소울메이트>에 작가님 자신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았다.


20대의 풋풋한 감성과 30대의 뜨거운 열정을 글로 표현했던 저자도 어느새 40대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40대의 문턱에 들어선 저자가 지난 2,30대의 시절을 회고하면서 쓴 자전적 에세이다. 가슴 속 깊은 구석에서 끄집어올린 가족에 대한 이야기부터 젊은 시절 가난과 싸운 이야기,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며 괴로워했던 나날들에 대한 이야기 등 2,30대를 지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사실 직업이 작가이고 음악에도 해박해서 가정 환경이 유복하신 줄 알았는데 극도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작가가 되기까지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하셔서 의외였다. 그랬기 때문에 이렇게 따뜻하고 편안한 글을 쓰실 수 있는 것일까? 고개가 숙여진다. "청춘을 왜 파랗게 새싹이 돋아나는 봄철이라고 했는지를, 다 울고난 지금에서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그건 아마도 젊음이라고 부르는 얼어붙은 땅을 맨발로 다 지난 다음에서야 비로소 마음속의 파란 봄철을 맞이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p.23)


글마다 배경음악처럼 노랫말이 삽입되어 있는 점도 책의 매력을 더했다. 그의 오래된 사랑 얘기가 내가 좋아하는 윤상의 <결국... 흔해 빠진 사랑 얘기>라는 노래와 더해지니 한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 했다. "이별은 공평하지 않다. 한 사람이 가볍게 생각한 마음을 다른 사람은 선물처럼 끌어안고 있다. 어떻게든 추억이라는 말로 포장하려고 해도,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던 이야기는 또 하나의 흔해 빠진 사랑 얘기가 될 뿐이다." (p.49) 이제 이 노래를 들을 때마가 그와 이 책이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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