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답안에 반역을 권함 -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한 청춘 설계서
허우원용 지음, 김태성 옮김 / 공명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현재 대만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가 중 한명인 허우원용은 대만대 의대를 나온 의사 출신이다. 대만대 의대는 우리나라로치면 서울대 의대 격으로, 교육열 높기로 유명한 대만에서도 최고의 수재들만 들어가는 대학이라고 한다. 그런 그가 서른 일곱의 나이에 의사를 그만두고 돌연 작가가 되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과 동료들이 얼마나 말렸을지 상상이 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뜻대로 작가가 되었고, 얼마 안 되어 <백색거탑>, <위험한 영혼>, <큰 병원 작은 의사> 등 베스트셀러 소설을 연이어 발표했고, 텔레비전 프로그램 사회자, 드라마 작가, 프로듀서 등으로 활동하며 숨겨진 '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남들 말대로 의사로 살았다면 결코 누리지 못했을 행복과 성공을 얻었다.


<모범답안에 반역을 권함>은 그가 2011년에 발표한 자전적인 내용의 산문집이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을 잘 듣는 모범생이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일탈을 꿈꾸었던 청소년기, 의사에서 전업 작가로 성공하기까지 고생했던 청년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삶의 교훈을 전해주는 내용이다. 이 책은 대만 젊은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대만 최대의 인터넷서점에서 무려 38주 연속 베스트셀러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쓴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책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아프니까 청춘이다>처럼 '걱정할 필요 없다'는 식의 편안하고 달콤한 분위기의 책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사회가 제시하는 모범 답안을 철저히 거부하고 자신의 머리로 생각해서 새로운 답을 만들라고 충고한다. 저자 자신이 안정된 의사의 삶을 버리고 작가의 길을 택한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그는 사회가 제시하는 모범 답안 ㅡ 이른바 성공이라는 것이 실패보다 나은 것인지 제대로 생각해보라고 주장한다. "실패가 유감스러운 것은 성공을 놓쳤기 때문이지만, 성공이 유감스러운 것은 자신이 더 많은 무엇을 놓쳤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p.93) 그는 성공하면 행복하고 실패하면 불행하다는 논리를 거부한다. 오히려 실패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성공의 모습을 더욱 뚜렷하게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패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착하다'고 말하는 행동을 철저히 거부해야 한다. 저자는 '착하지 않음' 이야말로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데이트할 때 야리의 허락도 없이 갑자기 입을 맞춘 것도 그렇고 실험실에서 연구할 때 모두들 반대하던, 애당초 실행이 불가능한 방법을 끝까지 우겨가며 시도했던 것도 그렇다. 모두들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는 원고를 끝까지 각종 매체에 투고한 것도 그렇고 의사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이자 드라마 연출자 및 프로듀서, 광고 기획자가 된 나의 행보도 그렇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것들이 '착하지 않고' '말을 듣지 않은' 행위이자 결정들이었다. 그런 것들이 하나둘씩 모여 오늘날 내 인생의 대단히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p.19) 남들 말대로 살면 남들처럼 밖에 못 산다. 소위 성공한 사람들, 유명한 사람들은 결코 남들처럼 살지 않는다. 하다못해 남들이 드는 가방도 안 들고, 남들이 입는 옷도 안 입는다. 평범한 사람만이 평범하게 산다. 평범하게 사는 사람은 많지만, 평범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책의 장점은 '청춘은 아파야 한다'고 전제하지 않고, '아프지 않은 청춘도 있다'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준다는 점이다. 남들 말대로 좋은 직업을 얻고 돈을 잘 벌려면 아프지 않을 수 없다.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느라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데 정신이, 영혼이 아프지 않을 턱이 있나. 그러나 비록 가난하고 고독하고 불안한 길이라도 자신의 정신과 영혼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아플 새가 없다. 앓는 소리를 내면 당장이라도 그만두라는 말을 들을테니. "젊음의 본질은 착함과 순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와 반역에 있다." "무엇인가에 길들여지는 젊음은 이미 젊음이 아니다." "자기 내면에 있는 가치의 무한한 표출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는 자기 안에 있는 열정이다." 라는 중국 작가 옌렌커의 말처럼 '모범답안에 반역을' 하는 젊은이들이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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