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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 마돈나 세트 - 전2권
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정숙경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공중그네>로 유명한 일본의 대표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단편집 <걸>과 <마돈나>의 개정판이 나왔다.
오쿠타 히데오의 단편집 <걸>에는 결혼과 일 사이에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띠동갑>의 30대 여직원 요코는 띠동갑 연하 신입사원을 짝사랑하고 있는데 고백을 할지 말지 선택해야 한다. <히로>의 세이코는 30대의 젊은 나이에 과장으로 승진했지만 내심 아이를 가지길 원하는 남편의 눈치를 보고 있다. <걸>의 유키코는 나이트 클럽에서 더 이상 남자들의 추파를 받지 못한다는 현실에 망연자실한다. <아파트>의 유카리는 결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줄곧 월세집을 전전하다가 마음에 드는 아파트를 발견하고 살까말까 고민한다. <워킹맘>의 다카코는 영업부에서 일을 잘 해보고 싶지만 이혼 후 혼자 키우고 있는 아들 걱정이 태산이다. 직장에서든, 집에서든 결혼과 육아가 그들의 발목을 붙잡는다.
단편집 <마돈나>의 주인공들은 싫은 사람 천지인 세상에서 살고 있다. <마돈나>의 40대 직장인 하루히코는 새로 부서에 들어온 여직원 구미코의 환심을 사려는 남자 후배가 싫고, <댄스>의 요시오는 대입을 포기하고 댄서가 되겠다는 아들과 독불장군 동료직원 아사노가 싫다. <총무는 마누라>의 히로시는 잘못된 관행을 옹호하는 부하와 상사들이 싫고, <보스>의 시게노리는 엘리트 출신 여자 상사가 싫다. 이 사람은 이래서 싫고, 저 사람은 저래서 싫고...... 그렇게 이유를 찾다보니 마음은 점점 굳고, 하는 일마다 트러블이 생긴다.
<걸>은 여자, <마돈나>는 남자라는 차이점이 있지만, 둘 다 3,40대 직장인들이 직장과 가정에서 겪는 애환을 그렸다는 점은 똑같다. 책을 읽으면서 30대, 40대라는 나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10대는 법적으로도 미성년 상태이니 어린 게 맞고, 20대는 성인이기는 하지만 어린 시절의 태를 아직 못 벗어난 상태다. 반면 30대가 되면 '어리다'는 말은 듣지 않게 되고, 40대에는 슬슬 나이듦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그러나 어떤가. 신체적 연령이 어떻든, 사회적 기대가 어떻든 간에 사람은 평생 어려보이길 원한고 젊어지고 싶어한다. <걸>과 <마돈나>는 그러한 심리적 상태와 현실 간의 갈등을 그린 유쾌한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