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내공 - 뿌리 깊은 나무처럼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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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사회를 '스펙 사회'라고 일컫는 사람들이 있다. 스펙 사회는 재산, 학벌, 직업, 회사 간판 등으로 사람을 규정하는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대학생, 빠르게는 중고등학생들까지도 출신학교, 전공, 어학점수, 자격증 등으로 규격화하는 사회를 일컫는다. 스펙 사회의 문제점은 마치 고기 등급 매기듯 사람을 규격화하는 비인간적인 사회풍조를 낳는다는 것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는 경쟁의 기준이 획일화되어 다양성이 감소하고 적재적소에 인재가 배치되기 어려워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개개인에 있어서는 사회의 기준에 맞추다보니 내재적인 목표를 상실하여 허무함, 우울감을 느끼기 쉽다는 문제가 있다. 최근 우울증,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이 급증하는 것은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경영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공병호경영연구소의 공병호 소장의 2009년작 <공병호의 내공>은 일찍이 이러한 스펙 사회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이에 대비되는 '내공 사회'의 중요성을 역설한 책이다. 최근 개인적인 고민이 있어서 끙끙 앓다가 머리를 식힐 겸 이 책을 펼쳤는데, 첫 장부터 내 마음을 간파한 듯한 글이 이어져서 놀라웠다. 특히 채 20쪽을 넘기지도 않았는데 바로 며칠 전에 읽은 이재규 전 대구대 총장의 책 <무엇이 당신을 만드는가>가 인용되어 있어서 소름이 돋았다. 이재규 전 총장은 책에서 피터 드러커의 사례를 통해 '단순히 전문가로 성공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전문가를 넘어 그 이상의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법'에 관해 논했는데(p.18), <공병호의 내공> 역시 직업에 그치지 않고 인생에 있어서도 성공하는 방법에 관해서 서술한 책이다. 그것을 저자는 '내공'이라 일컬으며, 단순히 스펙을 쌓고 성공을 추구하기보다는 내공있는 삶을 추구할 때 인생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내공은 어떻게 쌓는 것일까?

 
내공의 의미는 성공의 뜻과 비교할 때 더욱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성공이 그저 성과를 내는 것인 반면 내공은 성과를 내는 과정까지도 즐기는 것을 말한다. (제1부 2장 과정에 집중하는 사람들) 또한 성공과 달리 내공은 좀처럼 복사할 수 없는 능력을 의미하고, 미의식이 있으며, 몰입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고, 사명이 있고, 일과 개인의 정체성, 인격과 도덕성이 일치한다. (제1부 5장 내공인만이 가지고 있는 10가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사회적 지위를 가지기 위해 일을 하고 있다면 성공하기에도 급급한 사람인 것이고, 돈과 명예가 충분한 데도 일을 계속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성공이 아닌 내공을 쫓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가령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중에 보면 돈도 벌 만큼 벌었고 사회적인 명예도 높은데 힘든 일을 계속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성공 너머의 내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워렌 버핏, 스티븐 킹, 진창현, 피카소 등의 예를 통해 내공의 진정한 의미와 내공을 쌓는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내공을 쌓는 방법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내공이 창의성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이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진정한 의미에서 창의성을 가진 내공인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전문 분야를 통달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생활의 영역에서 지혜를 갈고 닦는 노력이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 (p.117)  마침 어제 읽은 <최고의 공부>라는 책에서도 스티브 잡스의 'connecting the dots'를 언급하며 일상생활 또는 개인적인 경험이 학습 또는 직업과 연결될 때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내용이 나왔다. 내공 역시 그저 공부를 하고 직업적으로 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상생활과 연결이 될 때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하찮아 보이는 일상에 엄청난 힘이 내재되어 있다니 신기하다. 그것을 발견하고 개발하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내탓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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