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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검사 변호사, 그들이 알려주지 않는 형사재판의 비밀 - 합의에서 승소까지 형사사건, 고소, 소송을 위한 액션 플랜
노인수 지음 / 지식공간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리걸 마인드(legal mind)'란 법조인이 되기 위한 기본적인 소양 중 하나로, 증거와 사실에 근거하여 결론과 해결책을 도출하는 논리 중심의 사고방식을 뜻한다. 나는 매사를 효용(또는 쾌락?) 위주로 생각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인지라 상대적으로 리걸 마인드가 부족한 것 같다. 이번에 <그들이 알려주지 않는 형사재판의 비밀>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절실히 느꼈다.
이 책은 서울고검 부장검사 출신의 형사 전문 변호사이자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낸 노인수 변호사가 썼다. 저자는 소송에 직면한 일반인에게는 현실적인 대처 방안을 제공하고, 법조인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는 리걸 마인드를 길러주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하는데, 그 중간에 위치한 독자로서 보기에 저자의 집필 의도에 딱 맞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을 잘 모르거니와 평생 법정에 설 일도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필요는 누구에게나 있다. 속된 말로 운 나쁘고 재수 없으면 나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1부에서 저자는 사건 발생부터 선고까지 시간별 액션 플랜을 제시한다. 매 단계마다 해야할 일이 다르지만 공통점은 있다. 바로 '침착하기'다. 사건이 발생하면 일단 침착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최대한 많은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상대를 대할 때에도 침착하게 임해야 한다. 흥분하거나 화를 내는 것은 사건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2부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 각각의 입장이 정리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일반인들은 살면서, 지인이 아닌 이상, 판검사나 변호사를 만날 일이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일을 하며 법정에서 어떤 입장에 서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변호사 구하는 방법, 나쁜 변호사 피하는 방법까지 소개되어 있어서 법에 문외한인 일반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3부와 4부에는 소송 전략을 짜는 방법과 사건별 플랜을 짜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사건이라고 하니 거창해 보이지만 의외로 일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들이다. 접촉사고를 냈다든가, 빌린 돈을 못 갚는다든가, 부동산 매매시 계약을 깨고 다른 사람과 계약을 했다든가, 사장이 월급을 안 준다든가, 몸싸움에 휘말렸다든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든가 등등...... 지극히 일상적인 일들인데 법의 관점에서 보면 사기죄, 횡령죄, 배임죄, 명예훼손죄 등의 죄목을 붙일 수 있다니, 어떻게 보면 깔끔하고 쿨(!)하지만 무시무시하다.
초등학교 도덕 시간에 배우듯이 법은 사회가 만든 최소한의 규칙이자 최후의 보루다.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법에 대해 미리 잘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왕이면 가해자가 될 일을 하지 말고,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관대하게 용서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도 중요한 것다. 책에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 잘못을 시인하는 것처럼 보이니 하지 말라고 쓰여 있지만, 정말 미안한 상황이라면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의외로 그 말을 못해서 작은 일이 큰 사건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미안할 때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솔직하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책잡지 않는 사람이 많은 세상. 법이 지켜야 하는 세상은 그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