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의 마지막 강의
B. F. 스키너 & 마거릿 E. 본 지음, 이시형 옮김 / 더퀘스트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심리학, 교육학 등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스키너의 이름을 알 것이다. 스키너는 미국의 신행동주의 심리학자로, 스키너 상자, 티칭머신 등을 고안했으며, 1948년부터 199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한 심리학계의 대표 학자다. 스키너는 말년에 노년론에 심취하였는데, 이번에 읽은 책 <스키너의 마지막 강의>가 바로 그 결실이다. 행동주의 심리학자 스키너가 노년론에 심취하였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책을 읽어보면 그의 연구 방향에 수긍이 갈 것이다. 평생을 자신의 산 경험에서 우러나온 연구에 바친 그가,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 나이듦에 관해 연구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귀결이었기 때문이다.

 

 

스키너는 먼저 노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부터 없애라고 충고한다. 인간은 누구나 나이듦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나이를 먹고 노인이 되는 것은 너무나도 지극한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노화를 거부한다. 조금이라도 젊어보이기 위해 운동을 하고, 식습관을 조절하고, 화장을 하고, 유행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한다. 스키너는 이런 현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젊은이들은 담배를 피워대며 폐암 같은 것은 영원히 오지 않을 먼 훗날의 일일 것이라 유예해 버린다. 또한 노년을 위험한 폐기물 처리장쯤으로 치부하고 만다."(p.25)

 

 

나이듦을 인정하되, '젊은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는 젊어서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고 스키너는 조언한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준비'는 운동을 하고 건강검진을 받고 연금보험에 가입하는 '신체적인' 준비가 아니라 '정신적인' 준비를 의미한다. 끊임 없이 세상과 접촉하고, 자신의 지난날과 교류하고, 바쁘게 지내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젊은 노년을 보내기 위한 준비 과정이 이렇게도 많다. 어쩌면 인생은 젊음을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이든 때를 준비하는 여정이 아닐까? 젊은 시절부터 일을 열심히 하고, 사람들과의 교류도 많이 하고, 지적 자극을 주는 활동을 많이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노후가 풍성해질 것이라고 하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일분일초가 소중하고 잠깐 만나는 인연도 숭고하게 여겨진다.

 

 

이 책에는 주목할 만한 특징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대한민국 대표 정신과 의사 이시형 박사가 평역을 했다는 점이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스키너 박사의 강의를 들은 적도 있다는 이시형 박사는 일흔여덟 살의 현역 학자로서 스키너의 연구를 보다 심도 있게 해설하였다. 이시형 박사도 <세로토닌하라!>에서 즐겁게 살기, 지적 쾌락에 몰두하기 등 뇌건강의 중요성에 관해 역설했는데 이 책의 메시지와 맞닿는 부분이 있어서 신기했다.

 

 

그러고보니 본의아니게 최근 장수와 노후에 관한 책을 연달아 읽었다. <어모털리티>를 시작으로 <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100세 습관>도 그렇고, 넓게 보면 <하워드의 선물>, 오에 겐자부로의 <회복하는 인간>도 비슷한 분위기의 책이 아닌가 싶다.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남녀 기대 수명은 80세를 넘었고, 65세 인구 비중은 5년 후인 2018년에는 전체 14퍼센트를 넘고, 2026년에는 전체 20퍼센트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고 한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또는 베이비붐 세대의 관심사에 맞추어) 장수와 노후에 관한 책이 최근 많이 출간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스키너의 마지막 강의>는 이러한 추세를 심리학계의 원로는 어떻게 예측했고, 심리학에서는 노후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알 수 있는 책이다. 많은 분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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