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1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극장가를 강타한 영화들을 보면 <레 미제라블>, <라이프 오브 파이>, <은교>, <화차>, <완득이> 등 소설 원작인 작품이 많다. (곧 개봉할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영화 <안나 카레니나>도 마찬가지다.) 드라마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해를 품은 달>과 꽃미남 배우들이 열연한 <성균관 스캔들>도 소설이 원작이다. 일본에서는 특히 이런 '미디어 믹스(하나의 콘텐츠를 소설, 영화, 드라마, 만화, 음악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용하는 것)' 현상이 두드러진다. 국내에서도 드라마로 제작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꽃보다 남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의 원작은 동명의 만화로, 영화, 드라마 등으로 다시 제작되었고, 일본뿐 아니라 대만, 한국, 중국 등에서 리메이크되며 이십년 가까이 수많은 소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런 일이 일반화 되어 있기 때문에 일본 소설이나 만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드라마화, 영화화 되는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소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도 마찬가지다. 데뷔는 2002년도에 했지만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작가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이 소설은, 초판을 겨우 7000부 밖에 찍지 않았지만 점점 입소문을 타면서 2011년 5월 당시 130만 부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렸고, 그 해 일본서점대상 1위를 차지했다. 급기야 이듬해 일본의 인기 아이돌 그룹 '아라시'의 사쿠라이 쇼, '세븐틴' 모델 출신의 여배우 키타가와 케이코, 꽃중년 배우 시이나 킷페이 등 화려한 캐스팅을 앞세우며 드라마화 되기에 이르렀다. 아직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지만 소설을 읽어보니 형식으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드라마화 되기에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 받기에도) 충분한 소설이라는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총 여섯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주인공 호쇼 레이코는 일본 최고의 재벌 기업 '호쇼 그룹'의 무남독녀 외동딸이지만 신분을 숨기고 경찰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직속 상사 가자마쓰리도 일본 중견 자동차 기업의 상속자. 그러나 그는 레이코와 달리 부잣집 아들이라는 티를 팍팍 내고 다닌다. 낮에는 가자마쓰리의 은근한 성희롱을 받아내며 살아야 하는 평범한 경찰인 레이코. 그러나 밤이 되어 집에 돌아오면 그녀는 부잣집 외동딸의 생활로 돌아온다. 그녀의 집사가 바로 미스터리 청년 가게야마. 겉보기에는 예의 바르고 공손한 집사지만, 레이코가 낮에 해결하지 못한 사건에 대해 말하면 주인 아가씨인 레이코를 그야말로 '개무시' 하며 사건을 해결해 버린다.

 

정통 미스터리 소설과 비교하면 트릭의 치밀함이라든가 이야기의 완결성이 떨어져 보일 수 있지만, 재벌가 외동딸과 부잣집 아들이 경찰이 된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설정과 코미디 터치의 이야기가 대중들에게는 훨씬 잘 '먹히지' 않았나 싶다. 캐릭터의 독특함, 인물들의 관계, 에피소드의 길이, 트릭의 난이도 등 드라마화 되기에 좋은 요소들도 잘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도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드라마 캐스팅을 너무나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세 배우가 각각의 인물을 얼마나 잘 소화했는지 꼭 보고 싶어지지 않을까? 미스터리 소설 팬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보통의 독자로서 이런 '머리 좋은' 소설을 만나면 속은 듯 하면서도 왠지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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