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서 좋은 날 - 혼자가 편한 사람들을 위한 일상 레시피
전지영 글.그림 / 예담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제멋대로 상상하건대 (제멋대로 하지 않는 상상이 있겠냐마는) '혼자 사는 여자'라고 하면 왠지 고양이를 키울 것 같고, 트렌디 드라마의 여주인공 같은 집에 살 것 같고, 신상옷에 명품을 섭렵하며, 뮤지컬과 콘서트는 VIP 좌석에서 볼 것 같고, 주말이면 볕 잘 드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에 스트로베리 쇼트 케이크를 먹을 것 같은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만나는 싱글녀들의 삶은 나의 상상과 거리가 멀다. 고양이 키우기는커녕 자기 밥 챙겨먹기도 바쁘고, 집안은 발디딜틈 없이 어지러...운 정도가 아니라 '그냥 더럽고', 신상옷은커녕 깨끗한 옷 입은 모습 보기도 어렵고, 공연은 나와 함께 제일 싼 좌석을 사수하며, 주말엔 주중에 쌓인 피로를 해소한다는 핑계로 폭풍수면을 취한다. 그런 그녀들을 보고 있자면 독립적인 여성의 삶이나 옆방 남자와의 로맨스 따위는 그저 드라마나 소설, 만화가 심어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 게 된다.

 

'탄산고양이(소다캣)'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웹툰 작가 전지영의 만화 에세이 <혼자라서 좋은 날>을 읽으면 '싱글녀에 대한 환상'이라는 이름의 김은 쏙 빠지고, 밍밍하지만 달착지근한 맛은 남아있는 그들의 진짜 현실을 알 수 있다. 저자 전지영은 숙명여대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대한항공에서 승무원으로 근무한 뒤, 편집 디자이너, NGO 활동가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한 이력의 소유자다. 여러 직업을 경험하며 홀로서기까지, 그리고 홀로 '살기'까지,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하고 외로움과 부딪쳤을 것이다.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 분명 소재는 반려묘, 책, 홍차, 케이크 등 가볍고 소소한 것임에도 -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혼자 살면서 느끼는 어려움과 불안함에 공감할 수 있었다.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는 데에도 혼자 사는 여성은 수만가지를 생각한다. 내가 없으면 이 고양이는 어떻게 될까, 밖에 나갈 수 없을 때 먹이가 떨어지면 어떻게 할까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현실을 마주하고 안 좋은 일은 쓰윽 털어내는 그녀의 일상 이야기를 읽으며 같은 여성, 같은 미혼으로서 나 또한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었다.

 

혼자라서 좋아야 둘이 되고 셋이 되도 좋다는 것이 평소 나의 지론이다. 혼자로서 사는 삶이 허락된 지금을 충분히 만끽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