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부터, 지독하게, 열정적으로 - 가슴이 시키는 일에 과감히 뛰어든 할리우드 파워피플 10
이경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지금은 시들하지만, 몇 년 전인가 한동안 '미드폐인'으로 지낸 적이 있다. 아마도 '석호필' 열풍이 불던 즈음이 아닌가 싶은데, <프리즌 브레이크>는 물론, 미드 계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프렌즈>, <섹스 앤 더 시티>, <CSI> 시리즈 부터 <그레이 아나토미>, <로스트> 같은 동시간대 작품과 <퀴어 애즈 포크>, <웨스트 윙> 같은 살짝 마니악한 작품까지, 다합치면 수십시즌, 수백편이 될 정도의 양을 몇 달 동안 해치웠다(?).

 

그 때 본 드라마들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몇 가지 고르라면 역시 <그레이 아나토미>와 <로스트>를 빼놓을 수 없다. 그 중에서도 한국계 배우로서 멋진 활약을 보여준 <로스트>의 김윤진과 대니얼 대 킴, <그레이 아나토미>의 산드라 오는 지금도 나의 Favorite 미드 배우로 꼽힌다. 할리우드의 쟁쟁한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연기를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를 자부심을 느꼈고, 언젠가 나도 저렇게 한국을 벗어나 세계에서, 자랑스런 한국인의 모델로서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더욱 확고히 하게 되었다.

 

미주 <중앙일보>에서 문화, 엔터테인먼트 기자 이경민이 쓴 <바닥부터, 지독하게, 열정적으로>는 김윤진, 산드라 오처럼 할리우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계 파워피플 10인을 인터뷰한 내용이 담긴 책이다. 10인의 프로필을 보면 하나같이 대단하다.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 패션, 음악 등 분야도 다양하고, 배우(존 조), 가수('파 이스트 무브먼트'의 제임스 노)뿐 아니라 캐스팅 디렉터(켈리 리), 영화 프로듀서(로이 리), 스타일리스트(진 양), 연예 주간지 편집장(재니스 민) 등 직업도 다채롭다. 할리우드라고 하면 그저 먼 나라 이야기로만 느껴지는데, 벌써 이렇게 다양한 분야, 여러 직업군에서 한국인들이 터를 잡고 활약하고 있다니 놀라웠다.
 
책에 소개된 10인은 한국계라는 점 외에도 모두 명문대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어릴 때부터 부모님으로부터 알게 모르게 변호사, 의사 같은 고소득 직종을 가지라는 압력(?)을 받았고, 대학에 들어가고 성인이 되어서도 그 뜻을 거스르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기 안에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열정과 꿈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을 관철했다.

 

하지만 진짜 시련은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그들이 가진 좋은 학벌은 할리우드에서 별 값어치가 없었다. 저임금에, 단순 노동과 심부름 같은 낮은 일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그들은 좌절하지 않고 더욱 열심히 일했고, 그들의 남다른 열정과 성실함은 관계자들의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또한 낮은 곳에 있을 때 더욱 열심히 자신만의 내공을 쌓았다. 영화 프로듀서 로이 리는 부족한 인맥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인의 강점인) 인터넷 기술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만들었고, 스타일리스트 진 양은 '패스트 패션' 위주인 할리우드에서 오가닉하고 깔끔한 스타일링으로 케이티 홈즈 같은 셀러브리티를 사로잡았다. '남보다' 잘 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은 것. 그것이 할리우드라는 세계에서 가장 치열하고 바쁜 업계에서 그들이 성공을 거둔 비결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성공에는 정해진 루트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학벌이니, 인맥이니 말이 많지만, 이제는 자기 실력만으로 승부를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소수 민족이라는 약점을, 한국인 특유의 성실함과 끈기라는 강점으로 바꾼 할리우드의 파워 피플 10인. 바닥부터, 지독하게, 열정적으로 산 그들의 이야기에서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도 더 큰 감동과 자극을 받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